한국인의 채소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채소를 꼽으라면 단연 양파다. 현재, 양파는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위인 배추 다음이다. 몇 년 전부터 무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양파 원산지는 서부 아시아로 추정되고, 중동을 거쳐 이집트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유럽을 경유해서 15세기경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채소로, 우리나라에는 조선 말엽에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도입되었다.
양파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양파는 겉껍질의 색깔에 따라 황색, 백색, 적색(자색) 양파로 구분된다. 황색 양파는 전 세계 재배면적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아 우리나라 재배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백색 양파는 매운맛이 강하고 저장성이 좋은 편이며, 미국이나 남아메리카에서 주로 이용된다. 적색 양파는 인도 등지에서 많이 재배하며, 단맛이 강하고 매운맛은 상대적으로 적은 품종이다.
양파를 가장 많이 즐기는 민족은 중국이다. ‘프렌치 패러독스’란 포도주 덕분에 고기를 즐기는 프랑스인이 날씬하고 심혈관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단어인데, 이를 빗대어 ‘차이니즈 패러독스’라는 말이 생겼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심장병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양파 때문이라는 것. 최근 중국에서 비만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양파가 언제까지 역할을 할지는 의문이지만 오랜 세월 양파는 중국요리의 필수 채소였다.
서양에서도 양파는 중요한 채소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운동선수는 많은 양의 양파를 주스와 생과로 섭취했는데, 이는 양파가 체액의 균형을 바로 잡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양파 이야기도 유명하다.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은 대제국을 건설하면서 수많은 전쟁을 치르는 동안 군사들에게 많은 양의 양파를 먹여 체력을 보강시켰다고 전한다.

왜 건강한 채소인가?
양파의 영양 성분을 살펴보면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물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반면 지방과 나트륨 함량은 낮은 편이며 포도당, 설탕, 과당, 맥아당 등이 포함되어 있어 특유의 단맛을 나타낸다. 무기질과 식이섬유와 엽산도 풍부한 편이다. 비타민C가 100그램당 10~20밀리그램으로 많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B군도 들어있다. 휘발성 유황화합물이 많아 코를 찌르고 눈물이 나게 하는 양파 특유의 향을 형성한다. 이 성분에 열을 가하면 일부는 분해되어 단맛이 증가하는데 양파를 오래 볶아서 만드는 양파 수프도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양파의 기능성 성분은 겉껍질에 많은 케르세틴(quercetin) 때문이다. 항산화 작용으로 혈관 벽의 손상을 막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농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또한 양파 속에 함유된 글루타티온은 눈의 각막이나 수정체가 흐려져 나타나는 백내장 등 각종 눈병 예방에 효과가 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병통치의 채소로 주목받아 온 이유가 있는 셈이다.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양파는 동서양의 음식에 두루 쓰이는 식자재로, 다지거나 썰어서 양념 형태로 조리하거나 샐러드 등의 생식으로 활용해도 좋다. 열을 가하면 부드럽고 단맛이 강해지므로 수프부터 파이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매운맛이 덜한 붉은 양파는 색을 살려 샐러드로 먹기 좋다.
또한 양파는 고기를 연하게 하고 잡내도 없애준다. 서양의 고기 요리에 많이 활용되고 기름기가 많은 중국요리에도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우리나라에서는 요리의 부재료로 활용하는데, 양파 김치 등에 이어 구이나 찜 등 주재료로도 사용이 확대되어 두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채소로 등극했다. 양파를 식초나 간장에 절이는 양파 간장초절임이나 양파장아찌도 매운맛을 줄여주고 오래 두고 먹기에 좋다.
구입 요령과 보관 방법은?
양파는 껍질이 잘 마르고 광택이 있고 둥글고 단단하며 중량감이 있으며 색이 선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을 골라 종이봉투나 망사자루에 넣어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때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케르세틴 성분이 양파 껍질에 많으므로 껍질을 버리지 말고 잘 활용하는 것도 양파를 제대로 먹는 방법 중 하나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물을 많이 먹고 채식에 기반한 한식을 최고의 건강식으로 생각한다. 자칭 한식전도사. 저서로는 <채소의 인문학>, <밥의 인문학>, <조선 왕실의 밥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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