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래진다고?토마토가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기까지 
정혜경22. 06. 15 · 읽음 5,274

건강을 위해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좋지만, 과일의 경우 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토마토의 경우 걱정이 필요 없는 과일이다. 건강을 위한 시대의 가장 매력적인 과일을 꼽으라면 바로 토마토가 아닐까

토마토의 역사

토마토는 현재 세계인이 즐겨 먹는 건강 과일이지만 처음부터 환영받던 작물은 아니었다. 남미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추정된다. 16세기 초 남미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처음에는 독초 취급을 받았다. 건조하고 햇빛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토마토가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재배되면서 그 진가가 알려지고 사랑받기 시작했으며 그 후 북유럽 전체로 전파됐다. 이후 토마토는 점차 유럽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자재로 발전한다. 재미있게도 고향을 떠난 지 거의 300년 만에 신대륙인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붉은 토마토는 중국음식으로 알려진 케첩과 결합해 토마토케첩으로 재탄생한다. 잘 알다시피 토마토케첩은 세계인들의 요리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소스다. 

우리나라에 처음 토마토가 전파된 19세기 초에는 토마토를 주로 관상용으로 심었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토마토의 한글이름은 ‘일년감’이다. 옛 문헌에는 한자 이름 '일년시(一年柹)‘라고 나온다. 토마토는 한국에 소개된 역사가 꽤 길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이란 책에서 토마토를 감 ‘시(枾)’ 자를 써서 ‘남만시(南蠻枾)’라고 소개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지봉유설이 나온 건 1614년이니 그전에 이미 토마토가 한국에 들어왔을 것이다.

© Unsplash / Justus Menke

토마토는 왜 건강한 채소인가?

토마토는 현재 강력한 건강 채소로 인정받고 있다. 토마토에는 각종 유기산, 아미노산, 루틴, 단백질, 당질, 회분, 칼슘, 칼륨, 철, 인, 비타민A,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C, 식이섬유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비타민C의 경우 토마토 1개에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가량이 들어 있다. 또한 토마토에 함유된 비타민C는 피부에 좋다. 아울러 토마토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역할을 하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짜게 먹는 식습관에서 비롯된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유럽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가 있다.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뜻이다. 토마토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라이코펜' 때문이다.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베타카로틴 등 항(抗)산화 물질이 많은 편이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라이코펜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세포의 젊음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라이코펜은 남성의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소화기 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라이코펜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기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므로 술 마시기 전에 토마토 주스를 마시거나 토마토를 술안주로 먹는 것도 곁들이는 것도 좋다. 서양에서는 토마토를 해장용으로 먹기도 한다. 또한 토마토 한 개(195g)의 열량은 35칼로리에 불과하고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제격이다. 따라서 식사 전에 토마토를  먹으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으며, 소화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주로 과일로 취급했다. 어릴 적이면 여름철에 어머님이 토마토를 썰어 설탕을 뿌려 달달한 맛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달랐다. 세금 문제 때문이기는 했지만 미국에서 토마토를 두고 과일이냐 채소냐 가리는 법정 다툼이 있었고 대법원에서 토마토를 채소로 판결을 내렸다. 

© Unsplash / Victoria Alexandrova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생으로 먹는다면 잘 익어 색이 빨갛게 되었을 때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빨간 토마토에 많이 함유된 라이코펜은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다소 떨어지므로, 열을 가해 조리해서 먹는 것이 더 좋다.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라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토마토는 올리브오일 등 식용유에 익혀 먹는 게 낫다. 또는 기름에 볶아 푹 익혀서 퓌레 상태로 만들어 두면 편리하다. 잘 익은 토마토를 껍질을 벗기고 으깨 체에 걸러 졸인 것을 '토마토퓌레'라고 한다.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려면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서 찬물에서 벗기면 손쉽게 벗길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관상용 감 정도로 여기던 채소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꼽히며 우리 식탁에서의 위치도 달라졌다. 토마토를 생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굽거나 볶는 등 여러 조리법을 활용해 먹어보자. 푸른 토마토로 김치나 장아찌를 담그는 등 다양한 한국형 채소 요리에 응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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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물을 많이 먹고 채식에 기반한 한식을 최고의 건강식으로 생각한다. 자칭 한식전도사. 저서로는 <채소의 인문학>, <밥의 인문학>, <조선 왕실의 밥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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