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평생 숙제라고 하면 단연 ‘다이어트’가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요. 사실 다이어트가 필요한 비만의 유병율은 남성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남성 비만율은 48퍼센트,로 전년도 41.8퍼센트에서 6.2퍼센트 상승했고 같은 기간 여성은 25퍼센트에서 27.7퍼센트로 2.7퍼센트증가했습니다. 연령별로는 30대 남성 비만 유병율이 46.4퍼센트에서 58.2퍼센트로, 11.8퍼센트나 급등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외부 활동이 크게 줄면서 30~40대 성인 남성 비만율이 치솟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흔히 비만이라고 하면 뚱뚱한 체형, 벨트 위로 걸쳐진 배, 굵은 허벅지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며 미용적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만은 고혈압, 고지혈증 뿐만 아니라 성인 천식, 남성 난임, 심부전, 치매, 각종 암 등의 위험인자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보다 비만율이 낮다고 해서 안심해도 될까요? 국내 정상 체중 여성의 약 30퍼센트는 비만만큼 무서운 마른 비만이라고 합니다. 마른 비만은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고, 성인 남성은 체지방율이 25퍼센트 이상, 허리둘레 90센티미터 이상일 때, 성인 여성은 체지방율이 30퍼센트 이상, 허리둘레 85센티미터 이상일 때를 말합니다. 즉, 몸에 근육량보다 지방량이 더 많은 상태로, 다른 곳은 날씬한데 배만 나온 D자형 몸매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마른 비만이 비만 못지 않게 무서운 이유는 바로 내장지방 때문입니다. 내장지방이 많으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수치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근육량은 부족해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은 물론 죽상동맥경화증 등 심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른 비만의 주요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입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상대적으로 체지방을 늘립니다. 체중을 빨리 줄이기 위해 가장 흔히 시도하는 것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인데, 단순히 먹는 양만 줄이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면 지방보다 근육 분해가 먼저 일어납니다. 기초대사량까지 낮아지면 결국 필요량보다 조금만 더 먹어도 쉽게 살찌게 됩니다. 식사량만 줄이고 운동을 병행하지 않는 다이어트를 반복되면 결국 근육량은 줄고 체지방률이 상승해 마른 비만이 되는 것이죠. 마른 비만인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살펴 보면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고,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으며, 식사 시간이 불규칙합니다. 하루 한두 끼만 먹으면서 정작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 먹지 않아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비만 진료를 하다 보면 간헐적 단식이 간헐적 폭식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선 본인에게 필요한 적정 칼로리를 알고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 식단과 더불어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는 운동이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요. 식이나 생활 습관의 변화 없이 살을 빼겠다고 소위 비만약이라고 불리는 식욕억제제, 열생성촉진제, 지방흡수억제제, 심지어 이뇨제까지 처방 받아 음식의 섭취량만 줄이면 말 그대로 돈을 들여 몸까지 혹사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세상에 살을 빼주는 약은 없고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습니다. 또한 단순히 체중 감량에 집중하기보다 근육량 손실 없이 체지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 꾸준한 ‘유지어터’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의 칼로리를 체내에서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해 소모시키는 대사 작용에는 비타민B1,2,3,5,를 포함한 비타민B군과 칼슘, 마그네슘, 아연과 같은 미네랄, 리포익산, 코엔자임Q10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합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음식 섭취량이 줄면서 대사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으니, 비만이든 마른 비만이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gsunnism
“세 살 영양, 여든 간다.”는 어머니 말씀을 실천 중인, 건강한 내일을 위해 늘 고민하는 일상 주치의 배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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