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는 채소의 여왕, 혹은 귀족 채소라 불린다. 주로 고기 음식에 곁들여 먹는 채소로, 특히 스테이크를 먹을 때 빠지지 않고 제 역할을 한다. 서양 채소였던 아스파라거스는 이제 중국이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고 그 뒤를 페루, 멕시코 등이 잇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 대부분 지역과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에서 널리 경작되고 있다. 오늘날 아스파라거스는 전 세계에서 전채 요리나 채소 반찬으로 활용된다. 아시아에서는 아스파라거스를 볶아 사용하는데, 중국에서 닭고기, 새우 또는 소고기 요리에 볶은 아스파라거스를 자주 곁들인다. 구워 먹기도 하고, 수프나 스튜 재료로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샐러드에 생아스파라거스를 넣어 즐기기도 한다.
아스파라거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연
아스파라거스는 고대 그리스 때부터 주로 약재로 사용된 유익한 허브로 언급되어 왔다. 기원전 3000년경에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제물로 묘사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일본 에도 시대에 나가사키에 전래되었는데 처음에는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했다. 일본 자생식물인 땅두릅과 비슷하다고 해서 ‘네덜란드 땅두릅’이라고 불렸다. 우리나라에는 개항기 때 들어오기 시작해 1960년대 후반부터 먹기 시작한다. 당시에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지만 20여 년 전부터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본래 봄에 나는 제철 채소인데, 국내 생산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고 냉동으로도 유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녹색 아스파라거스를 먹지만 흰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이 존재한다.

아스파라거스의 효능
아스파라거스는 일반적으로 갓 난 것을 먹는다. 일단 새싹이 열리면 빠르게 나무로 변하기 때문이다. 아스파라거스의 93퍼센트는 수분이고 나트륨이 적은 편으로 칼로리도 낮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작물 중 하나로, 각종 비타민과 미량 무기질인 셀레늄과 아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노화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활성 산소를 제거한다. 암이나 각종 염증 질환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소염 작용도 한다. 잎이 많은 채소와 마찬가지로 생선, 가금류, 육류 및 유제품에서 발견되는 비타민B12와 엽산을 제공해 인지 기능 손상을 방지하고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주며, 이뇨 작용을 원활하게 해 체내 노폐물과 수분 배출, 부종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무기질 성분으로는 철, 인, 칼륨, 구리, 망간, 크롬을 함유해 혈관 건강이나 혈압 조절에도 좋다.
아스파라거스에는 엽산이 특히 많은데, 150그램당 엽산의 일일 권장량 허용치 50퍼센트 이상을 함유하고 있다. 엽산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골수의 기능 유지, 정상적인 성장, 간 질환 예방 등을 위한 혈액 세포의 재생에도 중요한 영양소로, 임산부에게 특히 좋다. 또한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스파라거스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아스파라긴산도 풍부하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이 성분의 이름이 아스파라거스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아스파라긴산은 알코올을 분해해 숙취 해소와 간에 좋다. 숙취 해소용 해장국으로 많이 먹는 콩나물 뿌리에도 바로 이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지만, 실제로 아스파라거스에 훨씬 많이 들어있다.

고르는 방법과 손질법
전반적으로 싱싱한 녹색을 띠는 것이 좋다. 머리 부분은 오므라져있고 단단해야 한다. 너무 굵으면 섬유질이 질기기 때문에 굵기가 적당하고 곧은 것이 좋다. 젖은 종이로 줄기 끝을 감싸서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고, 더 오래 보관하려면 살짝 데쳐서 냉동 보관한다.
아스파라거스를 손질할 때는 먼저 딱딱한 아랫부분을 잘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사용하면 된다. 굵기가 너무 굵은 것은 칼이나 필러로 살짝 벗겨내 살짝 데쳐서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데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영양 손실이 있고 질감에도 좋지 않다. 또 아스파라거스는 기름에 살짝 볶으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여기에 향신료 소금을 더하면 한층 풍미가 좋아지고 아삭한 식감도 즐길 수 있다. 또, 마늘을 곁들이면 항암 작용을 하는 글루타티온이 높아져 건강에 더욱 좋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아스파라거스도 과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섬유소가 많아 장 내 가스가 발생하고, 또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K 함유량이 높아 혈전 치료제나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는 경우,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물을 많이 먹고 채식에 기반한 한식을 최고의 건강식으로 생각한다. 자칭 한식전도사. 저서로는 <채소의 인문학>, <밥의 인문학>, <조선 왕실의 밥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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