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는 잘 차려진 한정식 상차림에 초고추장과 함께 오르는 게 낯설지 않을 정도로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채소다. 20세기 초,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해 이제는 재배도 많이 하고 즐겨 먹게 되었다. 이처럼 많은 인기를 얻은 데에는 브로콜리가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도 한몫했다. 실제로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푸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브로콜리의 어제
브로콜리는 겨자과에 속하는 짙은 녹색 채소로 '녹색 꽃양배추'라고도 불린다. 샐러드, 수프, 스튜 등의 서양 음식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채소 중 하나다. 지중해 동부와 서아시아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 브로콜리는 역사가 오래된 채소로, 이탈리아에서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재배했다고 한다. 영국에는 1700년대 초기 경, 미국에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 전파되었다고 한다. 브로콜리는 온화한 기후에서도, 서늘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며 씨로 번식한다. 씨를 밭에 바로 뿌리거나 모판에 뿌렸다가 밭에 옮겨 심는다. 11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요즘은 계절 구분 없이 먹을 수 있다.

왜 건강에 좋을까?
브로콜리에는 비타민C,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A의 생성 전 단계 물질로 항산화 작용을 가진 미량영양소다. 항산화 물질은 우리 몸에 쌓인 유해산소를 없애 노화와 암, 심장병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브로콜리에 함유되어 있는 다량의 칼슘과 비타민C는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브로콜리 100그램에 비타민C가 98밀리그램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레몬의 2배, 감자의 7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따라서 브로콜리 두세 송이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다. 또, 고혈압 위험을 낮추는 칼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임산부의 기형아 출산 위험을 낮추고 빈혈을 예방하는 엽산,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한 크롬도 함유하고 있다. 한편, 열량은 낮아서 체중 감량에도 좋다.
우리는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생강차를 달여 먹는 반면, 서양인들은 브로콜리 샐러드를 먹는다. 특히 브로콜리를 대파와 함께 달여 먹으면 초기 감기 증세인 두통과 오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스트레스 방지에도 좋고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부에도 좋은 채소이다. 무엇보다 서양인들이 브로콜리를 즐겨 먹는 가장 큰 이유는 암 예방에 효과적인 채소로 여러 실험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타카로틴, 비타민C, 비타민E, 루테인, 셀레늄, 식이섬유 등 항암 물질이 브로콜리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발암 물질을 해독하는 인돌도 들어 있다.

어떻게 먹는 게 가장 좋을까?
브로콜리를 구입할 때는 송이가 단단하면서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아 있고 줄기를 잘라낸 단면이 싱싱한 것을 골라야 한다. 꽃이 핀 것은 맛과 영양이 떨어지므로 꽃 피기 전의 브로콜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줄기의 영양가가 송이보다 높고 특히 식이섬유 함량이 높기 때문에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 섭취하자.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브로콜리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해 먹는다. 살짝 데치거나 삶아서 초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살짝 데쳐 영양 파괴도 없고 고추장의 붉은색과 브로콜리의 진한 녹색은 색의 궁합도 좋다. 누가 이렇게 조리해 먹기 시작했는지는 모르나 초고추장과 궁합이 잘 맞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브로콜리는 날 것으로도 많이 먹지만, 끓이거나 찜을 해서 익혀 먹기도 한다. 다만, 끓이는 것보다는 쪄서 먹는 것이 영양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브로콜리를 물에 넣고 가열하면 비타민C, 엽산, 일부 항암물질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찌거나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것이 좋다. 브로콜리를 소금물에 30분쯤 담가 송이 속의 먼지와 오염 물질을 제거한 후, 끓는 물에 줄기를 먼저 넣고 송이를 나중에 넣어 살짝 데치면 색이 선명해지고 씹히는 맛을 살릴 수 있다. 줄기와 송이를 함께 데치거나 볶으면 고르게 익지 않는다. 브로콜리를 기름에 볶거나 기름이 포함된 드레싱을 곁들여 먹으면 비타민A의 흡수력이 높아진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물을 많이 먹고 채식에 기반한 한식을 최고의 건강식으로 생각한다. 자칭 한식전도사. 저서로는 <채소의 인문학>, <밥의 인문학>, <조선 왕실의 밥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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