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삶은 비트의 달콤함삶은 비트를 활용한 든든한 한 끼 샐러드
이선혜22. 06. 20 · 읽음 2,378

비트를 처음 맛 본 건 무려 1985년 가을이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 기숙사 점심 메뉴에 비트 샐러드가 나왔는데 달큼한 맛이 나고 식감이 부드러워 대체 무슨 채소일까 궁금했다. 옆에 있던 프랑스 친구가 “베트라브(Bettrave)! 베트라브!” 라고 하는데 발음이 어려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파리에선 마트에 가도 쉽게 찾을 수 없어 비슷하게 생긴 것을 모조리 맛보면서 비트를 찾아낸 적도 있다. 요즘 나는 깜짝 놀라곤 한다. 삶은 비트를 진공 팩에 반쪽씩 넣어 파는 세상이 올 줄이야! 

최근 10년 사이 비트가 흔해졌다. 비트를 주스로 갈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푹 삶아서 갈아 마시면 더욱 부드럽다. 비트는 삶을 때 물이 모자라 타기도 하는데, 이때 고구마 타는 냄새가 난다. 이는 단맛이 강하다는 뜻이다. 삶은 비트를 샐러드에 넣으면 단맛이 더욱 살아나고 살짝 흙내음이 난다. 

비트에 삶은 콩이나 토마토, 그릭 요구르트, 리코타 치즈 등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가 된다. 나는 비트와 렌틸콩을 각각 푹 삶은 뒤 발사믹 식초를 살짝 뿌려 볼에 담아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지인을 집으로 초대해 대접할 때 큰 접시에 삶은 비트와 토마토를 근사하게 담고 비네그레트 드레싱을 듬뿍 뿌려 식탁에 올리면 좋다. 비트에 익숙하지 않아도 몇 번 먹어보면 비트 마니아가 된다. 얼마 전 함께 구례 오일장에 갔던 이웃이 비트를 안 좋아한다고 하길래 삶은 렌틸콩과 함께 내어줬다. 이제 그 이웃은 비트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삶은 비트 샐러드

 © 이선혜

재료 : 비트 1개, 무싹, 파르메산 치즈, 잣, 타임 가루 약간씩, 올리브오일 드레싱 적당량. 

1. 비트는 껍질을 깨끗이 씻은 뒤 냄비에 반 정도 잠기도록 물을 부어 1시간 정도 푹 삶는다. (비트가 크면 반으로 잘라 삶는다. 비트 삶은 물은 마셔도 좋고, 피클을 만들 때 활용하면 고운 붉은 빛이 나온다.)

2. 삶은 비트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잣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채 노릇하게 굽는다. 

4. 접시에 담은 비트 위에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 올린 뒤 잣을 뿌린다. 

5. 무싹이나 푸른 어린 채소를 곁들이고 타임 가루를 뿌린 후 드레싱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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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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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자 식문화공간인 '빌라 올리바(Villa Oliva)와 함께 다양한 식문화 활동을 해왔다. <나의 프랑스식 샐러드> 등 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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