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어머니는 대파 한 단을 큰 화분에 묻어 부엌 문밖에 두고 겨우내 썼다. 이러한 기억 때문에 나도 아파트에 살 땐 베란다에 파 화분을 두었고 텃밭이 있는 하동 시골집에선 끝만 남은 파 뿌리를 심어 놓고 사용한다. 이렇게 파를 심어두면 끝없이 올라와 한동안 요긴하게 쓴다.
대파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향신채 중 하나로, 한국 음식에 두루 쓰인다. 우리는 대파를 주로 부재료로 사용하지만, 서양에서는 대파와 비슷한 리크를 샐러드로 즐겨 먹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개 리크를 푹 쪄서 샐러드에 활용한다. 1980년대 중반, 프랑스의 작은 도시 비시(Vichy)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프랑스인 할머니의 하숙집에서 처음 리크 샐러드를 접했다. 푹 찐 리크의 단맛과 비네그레트 드레싱의 새콤한 맛이 잘 어울렸다.
나는 대파와 리크의 식감 차이를 고려해 수분이 나오도록 대파를 구워 샐러드로 만들었다. 그때 이후로 25년 동안 수란이나 반숙을 곁들인 대파 구이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다. 구운 소시지와 함께 먹어도 좋다.
표고버섯도 대파와 잘 어울리는 식자재다. 특히 시골 생활에서 신뢰할 수 있는 농부를 만나 갓 딴 진한 향의 표고버섯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최고의 즐거움이다. 얇게 썬 뒤 쌀 위에 올려 밥도 짓고, 통으로 구워 바질 페스토를 뿌려 먹는 등 모든 음식에 표고버섯을 곁들일 수 있다. 특히 대파와 표고버섯의 향은 환상적으로 잘 어울린다.
구운 대파 표고버섯 샐러드

재료 : 대파 1대, 표고버섯 3개, 바질 페스토 1 큰 술, 페타 치즈, 구운 잣, 통후추, 딜 약간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적당량
1. 대파는 뿌리 부분을 잘라내고 씻는다.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고 젖은 키친타월로 닦는다.
2. 달군 팬을 중불로 낮춰 대파를 올리고 넉넉히 두른 올리브오일에 굽는다.
3. 2의 한쪽 편에 표고버섯을 올려 굽는다.
4. 접시에 구운 파와 표고버섯을 올리고 페타 치즈를 드문드문 뿌린다.
5. 구운 잣과 딜을 올리고 통후추를 뿌린 뒤 발사믹 식초를 곁들인다.
이선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자 식문화공간인 '빌라 올리바(Villa Oliva)와 함께 다양한 식문화 활동을 해왔다. <나의 프랑스식 샐러드> 등 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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