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바질, 로즈마리, 파슬리 같은 서양 허브는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식자재 중 하나다. 맛과 향은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막상 조리에 활용하려고 하면 막막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 스테이크용 육류를 마리네이드 할 때나 파스타, 수프 등 대중적인 서양요리에서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최근에는 대형마트나 새벽배송 서비스 등을 통해 생허브를 상시로 구할 수 있으니,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허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인 것만은 확실하다. 제주도 해안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로즈마리나 작년 가을께 해남 친정집 근처에서 발견한 애플민트 군락 등으로 짐작해 보면 허브는 대체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인 듯하다. 애석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판되는 허브는 생각보다 농약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 허브류 잔류 농약의 부적합률이 6.1퍼센트에 달한다. 잔류 농약이 가장 많이 검출된 허브는 고수였고, 가장 많이 검출된 농약은 살충제였다. 수요가 눈에 띄게 늘면서 시설을 통한 대량 재배가 많아지고, 그렇게 자란 허브는 노지에서 자생한 것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병충해에 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0여 가지 바질 재배로 유명한 브리암(@briam_farm)의 김성찬 대표는 노지에서 강하게 큰 허브는 맛과 향뿐만 아니라 약성까지 좋다고 설명했다. “대량으로 쉽고 편하게 재배한 채소보다 힘은 들지만 자연에 맡겨 강하게 키운 채소가 우리 몸에는 더 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허브를 포함해 자연에서 자란 채소는 잎과 줄기가 두껍고 맛과 향이 진해요. 대표적으로 일교차가 심한 고지대에서 자란 찻잎은 두께가 매우 두껍고 맛과 향이 아주 진하지요. 산나물도 마찬가지고요.”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영양 불균형을 겪으면서 지중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특수 채소와 허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특히 바질의 매력에 빠져 스위트바질을 비롯해 라임바질, 레몬바질, 시나몬바질, 타이바질, 퍼플러플바질 등 30여 종의 바질을 재배하고, 관련 가공품을 만들며, 원테이블 채식 레스토랑까지 운영하고 있다. “바질은 맛과 향만 좋은 것이 아니라 약성도 뛰어나서 유럽에서 약으로도 많이 활용합니다. 또 고수와 달리 맛과 향에 대한 호불호가 거의 없어서 음식에 다방면으로 활용하기도 좋고요. 한참 바질에 미쳤을 때는 몇 달 동안 인터넷을 뒤졌을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씨앗과 모종을 구하는 데 몰두해 있었죠.”
생허브는 마트나 온라인 마켓에서 10그램씩 소량으로 판매하긴 하나, 일반 가정에서는 그 정도의 양도 한 번에 소진하기가 쉽지 않다. 바질처럼 저온에 취약한 허브는 구매한 상태 그대로 냉장 보관할 경우 2~3일만 지나도 금세 갈변된다. 김성찬 대표는 생 것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냉동, 건조 순으로 보관할 것을 추천했다. “말린 허브는 보관이 쉽지만 허브 고유의 향이 많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요. 사용 후 남은 허브는 세척 후 물기를 잘 털어내 밀폐용기에 넣어서 냉동시킨 후 사용하거나 올리브유와 함께 블렌딩해 아이스 큐브로 만들어 볶음 요리, 파스타 등을 조리할 때 넣으면 풍미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어요.”
나의 경우는 매년 늦봄이나 초여름쯤 허브를 대량 구매해 페스토나 허브 버터 형태로 만들어 얼렸다가 커리, 볶음밥, 해산물 요리에 주로 사용한다. 올해는 그의 조언대로 생허브를 그대로 얼려볼 생각이다. 오래 두고 먹을 음식이니 만큼 ‘좋은’ 허브를 구하는 것이 관건. 온라인 마켓 대신 농부시장 마르쉐 같은 직거래 장터를 찾아 재배 방법이나 잎의 두께, 향을 직접 확인한 후 구입할 작정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푸드에디터MJ
<우먼센스>, <레몬트리>, <여성중앙>,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에서 푸드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에이전시 올뉴코퍼레이션에서 푸드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태생적으로 입맛이 예민한 편이지만 10년 넘게 푸드 에디터로 생활하고 주부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그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1차 생산물을 구입할 땐 생산자를 꼼꼼히 따지고 가공품은 라벨부터 읽으며 맛간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세상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 넘치며 먹는 것을 사랑해 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최근 유튜브 채널 이미델리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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