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원 식물 이름 중 호랑이와 관련 없는 것은?참나리부터 호랑가시나무까지
조현진22. 05. 30 · 읽음 1,486

호랑이의 해입니다. 곳곳에 호랑이가 그려진 현수막이 걸려 있고, 마트와 천원샵에서는 호랑이 인형이나 쿠션, 컵 등을 모아 꾸린 복호랑이 코너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귀여우니까, 복을 가져다준다니까 하나쯤 사려다가 도로 내려놓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낡아 보일 듯하고, 호랑이 때문에 소비한 돈이 호랑이와 무관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서요.

일제 강점기의 무차별 포획과 전쟁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이제는 산에서 만날 수 없게 된 산중 호걸. 산 대신 식물 속에서 호랑이를 찾아봅니다. 호랑이의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다음 그림은 우리 주변에 흔히 심어 가꾸는 식물 네 종입니다. 이들 중 이름이 호랑이와 관련이 없는 것을 하나 고르세요.

ⓒ 조현진

1번 참나리

정답은 1번 참나리입니다. 진짜 나리 혹은 나리 중의 으뜸이란 뜻의 이름이지요. 여기서 나리는 백합을 의미하는 우리말이고요. 주황색 바탕에 검은 점이 선명한 꽃이 호랑이를 닮은 느낌이지만, 이름은 범과 별다른 접점이 없습니다. 큼직한 꽃송이를 보기 위해 정원이나 공원 한 켠에 흔히 심어 가꾸는 식물이고요. 정답을 맞추지 못해서 아쉬우신가요? 영어로 타이거 릴리, 즉 호랑이백합이라 부르는 여러 식물 중 하나이니, 살짝, 정답으로 해도 될 듯합니다.

2번은 범부채입니다. 범 무늬 같은 선명한 꽃잎에, 부채처럼 펼쳐지는 잎 때문에 범부채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시원한 잎사귀가, 개화기에는 붉은 꽃이, 가을에는 윤기 나는 검은 씨앗이 아름다운 식물입니다. 정원이나 공원에 심어 가꾸는 것을 쉽게 만나게 되는데, 간혹 노란 꽃이 피는 품종도 보입니다.

3번 식물은 호랑가시나무입니다. 이 이름을 붙인 옛사람들은 잎 가장자리에 난 예리한 가시에서 호랑이를 떠올린 모양이에요. 호랑가시나무는 묘아자라고도 불렀는데, 새끼 고양이의 가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은 호랑이마저 큰 고양이 정도로 느낀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괜히 웃음이 납니다. 호랑이와 고양이 모두를 닮은 이 나무는 크리스마스 장식에서 볼 수 있는 뾰족한 푸른 잎과 붉은 열매의 그 식물, 즉 유럽호랑가시나무와 가까운 형제지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4번은 꽃범의꼬리입니다. 아마도 공원이나 길가에 무리 지어 심어 놓은 것을 보셨을 듯해요. 위로 뻗은 꽃차례가 호랑이의 꼬리를 닮았고 꽃이 화려하기에 붙인 이름으로 보이나 조금 의아합니다. 이름을 들었을 때, 범꼬리라는 식물과 형제지간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는데, 꽃범의꼬리는 꿀풀과에, 범꼬리는 마디풀과에 드는 전혀 다른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범꼬리는 자생식물인 반면 꽃범의꼬리는 북미대륙이 원산이고 영어로는 전혀 다른 이름인 순종풀 혹은 개용머리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다만 여러 송이가 달린 꽃차례가 위를 향해 곧게 서는 점만큼은 두 식물 모두 범의 쭉 뻗은 꼬리를 떠올릴 만합니다.

사실 범의귀, 호랑버들 등, 호랑이의 이름을 가진 식물은 더 있습니다. 여우버들, 곰취, 황새냉이처럼 다른 동물 이름을 포함한 것도 많고요. 사라진 동물 이름을 가진 풀들을 보며 이제는 만날 수 없게 된 것과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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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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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풍경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조경학을 전공했다. <식물 문답>을 출간했고, <환경과 조경>에 ‘풍경 감각’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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