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식탁까지, 도시 농부의 가지 요리진한 보랏빛 줄기와 잎, 여린 보랏빛 꽃이 전하는 기쁨.
도시농부21. 08. 10 · 읽음 5,085

자연을 그대로 담은 채소의 씨앗, 뿌리, 줄기, 잎, 꽃, 열매.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색감이 없다. 한 해가 가고 다음 해가 오면 어김없이 사계절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 하지만 당연히 돌아오는 계절은 없다. 채소도 같은 이름을 지녔을 뿐, 매년 마주하는 채소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올해로 11년차 도시 농부인 내가 그동안 텃밭에서 맞이했던 계절과 채소는 항상 달랐다. 그 시간과 공간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함께 변했으니까.

수많은 변화가 벌어지는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색감은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나는 평소 텃밭에서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기를 좋아하지만, 사진을 찍는 대신 자연의 색을 최대한 많이 눈에 담고, 오감으로 느끼는 시간 또한 즐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바람에 푸르른 잎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듣고, 흙을 만지고, 채소를 만지고, 향을 맡고, 맛을 보면서 말이다.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 © 박선홍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고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는 한층 진하고 풍부한 맛과 향, 색을 지녀 자연의 생생한 생명력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단지 작은 관심을 기울이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았을 뿐인데, 그런 우리에게 식물 본연의 건강한 맛과 향을 전해준다. 이것이 바로 자연이 건네는 선물이라 말하고 싶다.

올해는 기후 변화가 커서일까? 풍성한 수확을 하던 여느 해와 달리 가지의 성장이 매우 더뎌 수확량이 많지 않고 크기도 작았다. 마트에 파는 가지와 외형을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미 이 가지는 자연의 힘과 우리 가족의 정성이 담긴, 세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가지가 되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수확하여 맛있는 가지 요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아리따운 가지꽃을 만나 행복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보라색 가지꽃. © 박선홍

선명하고 진한 보라색 줄기와 잎, 여리디 여린 파스텔톤의 보라색 가지꽃. 가지를 처음 키우던 그 해부터 10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내가 ‘가지 앓이’를 하는 이유다.

가지는 줄기나 잎맥까지 선명한 보라색을 띠어 열매가 열리지 않아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줄기에 매달린 가지를 가위로 하나씩 잘라내며 수확하는 즐거움은 물론이고, 열매가 맺기 전 자연의 색으로 물든 가지꽃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름을 즐기지 않는 내가 여름을 기다리는 몇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도시 농부의 가지 덮밥 레시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가지 덮밥. © 박선홍

재료

가지 1개, 쌀 1컵, 물 1컵, 간장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1.가지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간장과 마늘로 간을 한다.

2.쌀은 30분 정도 불린 후 준비된 냄비에 담고 간을 한 가지를 올려 밥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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