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커피 소비국 중에서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편이다. 20세 이상의 성인이 연간 38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을 제외하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하루에 최소 2~3잔을 마시는 셈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매일 일정량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그렇다면 커피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커피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카페인, 클로로겐산, 트리고넬린, 카페산, 퀸산, 카페스톨, 카웨올 등의 성분이 들어있다. 탄수화물은 단맛을 내는 성분이고, 단백질은 커피 향과 구수한 맛을 내는 성분이다. 쓴맛은 알칼로이드 성분인 클로로겐산, 트리고넬린, 카페인, 카페산, 퀸산 등이 담당하고 있다. 이중 알칼로이드 성분은 폴리페놀처럼 활성 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페놀 성분은 당뇨 증상과 대사증후군을 완화시키고, 항균 작용 및 항산화 활성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페놀 성분은 아라비카 커피(3.8~7%)보다 로부스타 커피(5.7~8.6%)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클로로겐산 성분은 체지방을 연소시키며 기초대사량을 촉진시켜 체중 감량의 효과를 나타내 주목 받기도 했다. 클로로겐산은 열에 약해서 그린커피(볶지 않은 커피콩)를 로스팅을 하면 중볶음까지는 60퍼센트 이상, 강볶음까지는 90퍼센트까지 소실된다. 그린커피 상태일 때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셈이다. 오늘날 그린커피빈추출물은 다이어트 보조제로 널리 판매되고 있다.
커피 속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페인 성분도 있다.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어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밀워키의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은 매일 카페인을 200mg 이상 섭취한 그룹이 그보다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을 36퍼센트나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커피의 아데노신 2A 수용체가 치매의 역할을 차단시켜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카페인은 중추신경과 교감신경에 작용하여 운동 기능을 향상시켜 기초대사량을 높여주고 위산 분비 및 이뇨 작용을 촉진시킨다. 혈관 수축 작용으로 편두통을 완화시키고, 강심 작용으로 지구력을 향상시키며, 혈압 상승 작용으로 저혈압을 개선하고 말초 혈관 확장으로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식품의약안전처에서는 성인의 경우 카페인의 하루 최대권장량을 400mg으로 정하고 있다. 보통 에스프레소 한 샷(shot)에는 35mg, 캔커피에는 30~50mg, 원두커피에는 60~100mg 정도가 들어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하루에 2~3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건강에 지장이 없어 보인다. 물론, 카페인은 과다 섭취할 경우 숙면을 방해하고 이뇨 작용으로 수분이 손실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에 부드러움과 풍미를 더해주는 카페스톨과 카웨올 같은 성분은 항염증 작용과 항암 효과가 있다. 카페스톨은 혈중 콜레스트롤 수치를 높이기도 하는 성분이라, 흔히 커피를 많이 마시면 심혈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는데 고지혈증이나 심근경색이 우려된다면, 오일이 함유되어 있는 에스프레소 추출 음료보다 필터를 이용해 오일을 최대한 걸러내는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것이 더 낫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커피 섭취와 우울증 관련성에 관한 연구 결과도 있다. 전남대학교대학원 의학과 박령진 박사의 논문(2015년)은 ‘한국 성인에서 커피섭취빈도가 증가할수록 우울증의 유병률은 감소하였으며 이는 커피의 우울증 예방효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1)에 참여한 20~97세 사이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식품섭취빈도조사(Food Frequency Questionnaire) 결과를 분석했는데, 우울증과 관련된 33가지 항목 중 커피는 섭취빈도를 토대로 자가 보고 우울증과 임상우울증의 평생 유병 여부를 설문을 통해 면접 조사한 결과다. 자가 보고 우울증의 유병률은 1주일에 커피를 1잔 미만 섭취하는 것을 기준으로, 주당 1~6잔 섭취는 0.85, 하루 1잔 섭취는 0.64, 하루 2잔 섭취는 0.70, 하루 3잔 이상 섭취는 0.60으로 줄어들었고 임상우울증의 유병률은 주당 1잔 미만의 섭취를 기준으로, 주당 1~6잔 섭취는 0.62, 하루 1잔 섭취는 0.51, 하루 2잔 섭취는 0.58, 하루 3잔 이상 섭취는 0.43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의 수잔홀(Susan Hall) 교수 등도 2015년 학술지 푸드리서치인터내셔널(Food Research Internationa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 커피의 주요한 성분 중 카페인, 클로로겐산, 페롤산, 카페인산이 우울증의 병리학과 연관성이 있는 생물학적 활동을 발휘해 낸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의 소비량과 우울증 발병 위험 사이의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즉, 커피소비량이 많을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하루 커피 석 잔을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질병에 의해 사망할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과대에서 나왔고, 최근 영국 영양학회지는 커피를 하루 2~4잔 마시는 사람과 그보다 더 많은 5~9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 모두 2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보다 질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14퍼센트나 감소한 결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유럽 역학연구학회지도 120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커피를 하루 5잔 마시는 사람은 마시는 않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5퍼센트 낮아졌고, 3.5잔을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15퍼센트까지 낮아졌으며 1.5잔을 마시는 사람도 11퍼센트나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커피에는 우리 건강에 도움을 주는 여러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루에 두세 잔 정도 마시는 것은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많은 연구 결과 확인되었다. 다만,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그 양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음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연구 결과 대부분이 커피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커피에 설탕 등 기타 부재료를 첨가하여 마시는 경우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도 참고하자.
신혜경
한림성심대학 겸임교수,젬인브라운 카페,한국커피협회 이사,<신혜경의 커피톡>칼럼 연재중, 그린커피, 커피매니아되기1, 2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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