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행의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 대신 국내의 보석 같은 숨은 여행지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한 것.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서서히 팬데믹에서 엔데믹(endemic) 체계로 전환하며 다시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하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은 한 개인이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일인 까닭이다. 하지만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해외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 2020년 리스펀서블 트래블(Responsible Travel)의 탄소발자국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 중 탄소를 덜 배출하는 노력을 통해 하루 평균 탄소배출량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고 다시 여행을 떠날 날에 대비해서 지속 가능한 여행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앞서 말한 일상생활, 의생활, 식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여행의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여행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

이동 수단
교통수단을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비행기>자동차>기차>버스>전철순이다. 이 중 비행기는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며, 단거리 비행일수록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비행기보다 기차나 버스, 여객선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을지 고려해보고, 비행기 이용 시 가급적 경유편보다 직항편을 이용한다. 여행지에서 렌트카를 이용한다면 전기 자동차를 시도해보고, 가능하다면 자전거나 도보 여행도 즐겨본다.
짐싸기
여행 동선을 고려해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짐을 꾸린다. 손수건과 텀블러만 챙겨도 사실 꽤 많은 플라스틱과 냅킨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면도구와 개인 식기, 다회용기를 챙겨가면 불필요한 일회용품 소비와 쓰레기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부득이하게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지정된 쓰레기통에 버린다.

숙소
지역 공동체에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대형 체인 호텔 대신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친환경 호텔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가능하다면 야영장에서 캠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한 숙소에서 오래 머물 경우 침대보와 수건을 매일 교체하지 않고 여러 번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식사
현지에서 생산한 제철 식자재로 만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 현지 시장에서 장을 봐서 직접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음식을 포장할 경우에 대비해 다회용기와 수저도 챙겨가자.
체험
지역 공동체를 지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체험을 선택한다. 동물 서식지와 유적지를 파괴하지 않고 문화를 보존할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작년 가을, 제주로 7박 8일 친환경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지만, 제주에 도착한 순간부터 오로지 자전거와 두 다리로만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여행 기간의 절반은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잤고, 매 끼니 제주에서 나는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소비도, 쓰레기도, 탄소 배출도 최소화하며, 온몸으로 제주를 경험한 이 여행은 이전에 내가 경험한 그 어떤 여행보다 더 큰 행복과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다음 번 여행은 내 행동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계획해보면 어떨까? 아마 생각보다 훨씬 여유롭고 건강하며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것이다.
신지혜
요가 강사이자, 웰니스 프로그램 나투라 프로젝트(https://www.naturaproject.kr)의 기획자다. 요가 수련을 비롯해 플로깅, 클린 산행, 채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를 선보이며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저서로는 <무해한 하루를 사는 너에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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