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7번 국도 사진 여행7번 국도를 달리며 자연과 어우러진 삶의 풍경을 담다
김주원22. 06. 29 · 읽음 19,394

운전면허를 처음 따고 카메라를 챙겨 촬영을 간 곳은 바로 동해 바다 7번 국도. 경주, 포항을 거쳐 울진, 동해, 속초, 강릉까지 7번 국도 여행은 20대 중반 사진가의 꿈을 꾸던 나에겐 추억처럼 아련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동해 바다를 생각하기만 해도 설레고 바다 냄새가 그리워 일 년에도 몇 번씩 7번 국도를 여행한다.

7번 국도의 길이는 약 513킬로미터. 부산에서 시작해 경상도를 거쳐 강원도 휴전선까지 이어지며 아름다운 동해 바다를 끼고 달릴 수 있어 여행자에겐 축복 같은 드라이브 코스. 7번 국도엔 촬영 포인트라 부를 만한 곳이 넘친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풍경이 펼쳐지니 드라이브 중 마음에 드는 곳에 카메라를 대면 그곳이 포인트다. 오늘은 바다가 그리운 날, 강원도 고성에서 울진 강구항까지. 7번 국도를 달리며 사진 여행을 떠난다.

ⓒ 김주원

시간이 멈춘 풍경, 고성 왕곡마을

7번 국도를 따라 강릉에서 북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정도 가면 고성군에 이른다. 고성군 송지호 근처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이름하여 왕곡마을이다. 한국의 전통한옥과 초가집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고 아직 사람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여타 민속촌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은 조선왕조 건국에 반대한 고려 충신 함부열이 은거하면서 시작되어 이후 강릉 최 씨가 들어오면서 최 씨와 함 씨의 집성촌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고성 왕곡마을 보존회 회장부터 사무국장, 마을 주민까지 모두 사촌과 친척 간이라고. 이곳은 전통 민속 마을로 역사·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에 중요민속자료 제235호에 올랐다. ‘ㄱ’ 자형 기와집, 초가집, 항아리 굴뚝, 대문 없는 마당, 외양간 등. 이제는 이름조차 낯선 우리의 것들을 맞이하니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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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곡 마을까지 의외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 마을도 크지 않으니 마을을 돌아다니며 삶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담아 보면 좋겠다. 한옥이나 초가집은 전체적으로 회색과 노란색 톤이 많아서 칙칙하게 보일 수 있다. 이럴 때 채도가 높은 꽃 등을 화면에 배치해 촬영해면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 촬영하는 비법 중의 하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시선의 높이를 바꿔보는 것이다. 평소에 눈길을 주지 않던 떨어진 꽃조차 사진 속에서는 다른 작품으로 탄생한다. 눈 높이를 높여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눈 높이를 낮춰 곤충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보이고 사진을 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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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 기암괴석과 망망대해를 마주하다

속초에서 강릉을 지나 동해로 약 100킬로미터 내려오면 동해시를 만난다. 동해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는 바로 추암 해수욕장. 추암 해수욕장 안에서도 촛대 바위가 명물이다. 이름 그대로 촛대와 비슷하게 10여 개의 기암괴석이 바다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특히 해 뜰 무렵 촛대 바위에 태양이 걸리는 장면을 촬영하러 많은 사진가가 찾아온다. 원래 바위가 2개였는데 그중 하나가 1681년의 강원도 지진으로 중간 부분이 잘리면서 하나만 남았다고. 이 기묘한 바위들과 망망대해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린다.

추암의 또 다른 터줏대감은 바다로 흐르는 하천 주변의 오리.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줄지어 꽥꽥거리며 다니는 모습이 귀엽다. 추암 해수욕장 근처엔 증산해수욕장, 만경대, 죽서루, 삼척항 등의 볼 거리가 가득하니 시간을 좀 더 할애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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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강구항, 비릿한 대게의 향기

여행하다 보면 이유 없이 좋아지는 그런 곳이 있다. 별것 없어도 그립고 생각나는 그런 곳 말이다. 몇 년 전, 친구와 대게에 술 한 잔 기울이며 여름 밤을 보냈던 영덕의 강구항이 그렇다. 중간에 거쳐 가는 삼척, 울진 등에도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하루에 다 소화할 수는 없다. 영덕 강구항으로 바로 가기 위해서 7번 국도를 따라 동해시에서 약 145킬로미터를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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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은 대게 산지로 전국에서 제일 유명하다. 몸통에 발이 붙은 모습이 대나무 마디와 비슷하다고 해서 대게라고 불린다. 1960년대만 해도 영덕 강구항엔 대게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하나 지금은 너무 많은 포획량 탓에 특산물이 되어버렸다. 북적거리는 대게 상점가 맞은편 언덕에 보이는 작은 강구 마을도 좋아하는 코스다. 산복도로에 형성된 오래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좁은 골목길 사이로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린다. 마을 꼭대기쯤 다다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강구항의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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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자연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곳이라면 마음대로 목적지를 찍어 바다를 감상하며 무작정 달리거나 내키는 대로 차를 대고 풍경을 촬영해도 좋다. 바다 근처다 보니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은 사진의 영감을 불어넣는다. 사진은 시간의 단면을 잘라낸 여러분의 기억이다. 그때 그 장소, 그 순간에 있음을 기록하기에 마음껏 내 마음의 기억을 담아두자. 그 어떤 카메라보다 내 손에 있는 카메라가 제일 좋은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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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은 풍경 사진가이자 사진 교육자, 저술가다. 사진 잡지 <포토넷> 기자로 일했고, 약 20년간 다양한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김주원의 사진강의> 등 10권의 사진 관련 베스트셀러를 펴냈다. 지금까지 총 6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7년에는 한국인 사진가 최초로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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