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흙, 재활용해도 괜찮을까?초보 도시 농부를 위한 옥상 텃밭 Q&A
동화나라23. 03. 08 · 읽음 4,222

Q. 옥상 텃밭에 재활용 화분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A. 옥상 텃밭을 시작하기 전에, 텃밭을 어떤 스타일로 가꿀지 먼저 살펴봅시다. 한 철만 시도해 볼 것인지, 아니면 장기간 꾸준히 가꿀 것인지 말이에요. 제가 예전에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한 옥상 텃밭은 주민들이 평상시에 꾸준히 활용하면서 작물을 수확해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큰 크기의 테두리 텃밭을 많이 적용했습니다. 또한 무조건 큰 화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 iStock/Olga Rod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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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tock/mome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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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이 상당히 많아요. 안 입는 청바지와 신발, 안 쓰는 핸드백, 아이스박스, 가구, 장바구니, 각종 부대 자루, 생수병, 스테인리스스틸 장바구니와 우산 천까지, 실로 다양한 물건을 화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호응이 좋았던 것이 청바지 화분이었습니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옷장에 보관해둔 청바지 하나쯤 있으시죠? 안 입는 청바지를 자르고 바느질해서 재사용 화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청바지 다리 부분을 잘라 화분 몸통으로 활용하고, 남은 청바지 천을 바닥 부분에 덧대어 박음질합니다. 마사토를 2~3센티미터 두께로 깔고 상토를 넣은 뒤 바로 모종을 심으면 됩니다.

이처럼 화분은 용도와 활용 가능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처럼 ‘재사용’을 콘셉트로 잡으면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화분이 나옵니다. 텃밭을 자주 가꾸고 돌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처럼 크고 작은 화분의 활용도가 높지요.

Q. 지난해 텃밭에서 사용한 흙을 그대로 다시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A. 많은 분들이 별생각 없이 지난해에 식물을 키운 화분 속 흙에 퇴비만 살짝 첨가하여 모종이나 씨앗을 다시 심습니다. 그리고는 ‘잘 자라지 않아요’ ‘벌레가 많아요’ 같은 질문 글을 남기세요. 이처럼 병충해가 생기는 원인은 흙과 그 흙에 남아 있는 물질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지난해에 사용했던 흙을 그대로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규모가 큰 테두리 텃밭의 경우, 흙에 퇴비를 넣은 뒤, 커피 찌꺼기나 생막걸리를 20 대 1 정도 비율로 물에 희석해서 첨가하면 좋아요. 퇴비와 커피 찌꺼기 또는 생막걸리 희석한 것을 흙에 촉촉하게 섞은 뒤 투명 비닐로 덮어둡니다. 텃밭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그런 다음 태양열 소독법으로 15일 이상 놔두면서 중간에 두어 번 뒤집어줍니다. 그러면 해로운 균이나 벌레 알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퇴비나 커피 찌꺼기는 흙 속에 들어가면 열 발효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음식물 퇴비를 만들 때 함께 넣어도 좋아요.

작은 화분의 경우, 바닥에 큰 비닐이나 돗자리를 깔고 화분 속 흙을 다 부은 뒤 퇴비와 커피 찌꺼기 또는 생막걸리를 섞고 투명 비닐을 씌워줍니다. 이때 흙이 촉촉하도록 수분기를 맞추는데, 흙을 손으로 쥐었을 때 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 정도면 적당합니다.

여기에 사용하는 퇴비는 부산물 퇴비가 적당합니다. 부산물 퇴비는 노지 텃밭이나 옥상 텃밭에서 가장 흔히 쓰는 퇴비입니다. 가축의 분과 톱밥, 그 외의 재료를 섞어서 만들지요. 보통 종묘사에서 판매하는 부산물 퇴비는 미숙 퇴비로, 화분의 흙과 바로 섞어서 사용하면 텃밭 작물이 몸살을 앓습니다. 따라서 위 작업, 즉 퇴비와 흙을 섞은 뒤 투명 비닐을 씌워서 열발효가 일어나도록 두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15일 정도 지나 열 발효가 어느 정도 끝나고 나면, 흙을 화분에 넣고 씨앗이나 모종을 심습니다. 해마다 이런 작업을 거치는 것은 번거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화분보다는 넓은 테두리 텃밭으로 재배를 시작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간편할 것입니다.

Q. 위 작업 대신, 화분의 흙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좀 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요?

A. 물론 있습니다. 화분에 끓인 물을 부어보세요. 놀라운 걸 보시게 될 거예요.

예전에 옥상 텃밭을 가꾸는 분으로부터, 화분 흙을 그대로 사용하니 벌레가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화분에 뜨거운 물을 붓고 지켜보라고 말씀드렸더니 나중에 놀라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벌레 알 같은 게 둥둥 뜬다고 말이죠.

한 번 작물을 키웠던 화분의 흙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더라도 지난해부터 생긴 벌레가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고, 벌레 알이나 병원균이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어요. 최소한의 조치로 뜨거운 물을 부으면 병충해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지요. 그러고 나서 퇴비를 넣고 흙과 섞은 뒤 10여 일 지난 후에 작물을 심으면 작물이 훨씬 잘 자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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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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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째 텃밭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 농부 김명희는 '동화나라 도시농부'라는 닉네임으로 도시 농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심는 대로 잘 자라는 텃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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