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텃밭을 생태 순환 텃밭으로 만드는 법초보 도시 농부를 위한 옥상 텃밭 Q&A.
동화나라24. 03. 27 · 읽음 944

Q. 버리는 음식물을 텃밭에 뿌리면 거름이 될까요?

A.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든다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도 해결하고, 텃밭 작물도 잘 자라게 되니 생태 순환 측면에서 참 좋겠지요. 하지만 옥상이나 노지 텃밭에서 음식물 퇴비 만들기를 시도하다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음식물 퇴비 만들기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음식물 퇴비를 만들기 전에 우선 퇴비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고, 음식물을 적용했을 때 생기는 여러 가지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탄소질과 질소질 재료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탄소질 원료는 보통 부피와 관계됩니다. 건조시켰을 때 부피가 줄지 않을수록 탄소질이 높고, 부피가 훅 줄면 탄소질이 낮다고 보면 됩니다. 조직이 치밀한 나무 톱밥은 탄소질이 높습니다. 잡초를 잘라서 건조시키면 부피가 훅 줄겠지요. 그러니 탄소질이 높은 원료는 아닙니다.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탄소질과 질소질이 적절하게 이뤄질 때 퇴비가 잘 만들어집니다. 음식물을 그냥 흙에다 섞거나 음식물만 통에 모으면 퇴비가 되지 않습니다. 퇴비가 되려면 우선 탄질율, 즉 탄소와 질소의 비율이 20~30 되어야 합니다. 탄질율을 뜻하는 C/N율에서 N이 질소질을 뜻하니, 질소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요. 수분 함량은 60~70퍼센트 정도가 좋습니다. 손으로 꽉 쥐었을 때 수분이 한두 방울 나오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음식물 또한 종류에 따라 탄소질과 질소질로 구분됩니다. 밥 종류나 고기류는 질소질이지만, 채소나 과일 껍질은 탄소질이라 질소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더구나 음식물은 수분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무조건 질소질만 필요한 게 아니라 탄소질 재료도 적절히 있어야 합니다. 음식물 퇴비가 되려면 적어도 음식물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아시겠지요.

부산물 퇴비의 C/N율이 20이라면 음식물 퇴비의 C/N율은 2 정도로 높지 않습니다. 그러니 질소질 원료를 더 넣어서 C/N율을 높여야 효과 좋은 퇴비가 됩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탄소질 재료로는 볏짚, 낙엽, 식물 잔사, 왕겨 등이 있습니다. 질소질 재료는 깻묵, 미강(쌀겨), 커피 찌꺼기, 부산물 퇴비, 오줌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쉽게 구할 수 있는 커피 찌꺼기와 오줌을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커피 찌꺼기는 탈취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열 발효를 일으키는 재료기도 하니, 음식물 퇴비를 만들 때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재료 중 하나입니다.

ⓒ  iStock/thomasmax

Q. 음식물 퇴비를 어떻게 만드나요?

A. 우선 음식물 퇴비를 만들 통을 준비합니다. 뚜껑이 있는 큰 통 2개는 필요합니다. 통 맨 밑에 탄소질 재료를 30센티미터 이상 충분히 넣어 음식물에서 나오는 침출물을 흡수할 층을 만듭니다. 음식물을 넣은 다음, 음식물 양의 2배만큼 커피 찌꺼기를 넣습니다. 그 위를 낙엽 등의 탄소질로 덮고 뚜껑을 닫습니다. 다시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면 같은 방법으로 작업합니다. 커피 찌꺼기를 넣을 때 오줌을 섞는 방법도 좋습니다. 질소질 성분이면서 수분을 맞추는 기능을 합니다.

생선류, 고기류, 꽃게나 대게 껍질 종류는 정말 조심해서 퇴비화해야 합니다. 이 재료들은 파리와 동애등에를 불러들입니다. 고단백질 재료는 상하면서 냄새 또한 엄청나서 이런 벌레들이 알을 잘 낳습니다. 제일 먼저 똥파리가 알을 낳지만, 그 이후 날아온 동애등에가 알을 낳으면 이 알이 먼저 부화합니다. 파리알을 다 먹어 치우고서 생기는 동애등에 유충은 음식물을 먹고 퇴비를 만드는 좋은 역할을 하지만 미관상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생선이나 고기, 게 껍질 종류는 김치 통처럼 벌레가 아예 들어갈 수 없는 통에 넣고, 여기에 커피 찌꺼기나 낙엽 등을 섞고 뚜껑을 덮어서 따로 부숙시킵니다. 며칠에 한 번씩 뒤집으면서 한 달 정도 따로 부숙시킨 뒤 음식물 퇴비 통에 섞기를 추천합니다. 음식물 퇴비가 어느 정도 모여서 발효되면 기존의 통에는 발효가 진행된 퇴비만 사용하고, 새로운 음식물은 다른 통을 사용해 비료 작업을 합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섞어주는 작업을 해야 부패가 아닌 발효가 이루어집니다.

봄부터 음식물 퇴비를 만들기 시작하면 보통 가을이면 사용 가능합니다. 잘 만든 음식물 퇴비는 톱밥 발효되는 냄새가 나고, 음식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커피 찌꺼기가 많이 들어간 음식물 퇴비는 작물에게 아주 좋은 퇴비가 됩니다. 커피 찌꺼기 냄새로 인해 병충해가 덜 생기기 때문입니다.

텃밭을 가꾸신다면, 이처럼 음식물 퇴비화하는 작업을 꼭 한 번 시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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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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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째 텃밭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 농부 김명희는 '동화나라 도시농부'라는 닉네임으로 도시 농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심는 대로 잘 자라는 텃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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