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의 7번째 절기 입하에요. 설 립 자에 여름 하자를 써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죠. 보리가 익을 무렵에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보리 맥자에 서늘할 량을 써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고, 초여름이라는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라고도 부른다고 해요. 이 시기에는 논밭에서 해충이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 뽑기에 바빠지는 시기랍니다. 또 시골에서는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이기도 해요. (못자리는 모를 만들기 위해서 논에 만드는 임시 양묘장을 말해요.) 아직 날씨로는 여름보다는 봄에 가까운 절기죠. 24절기가 중국의 대륙성 기후에 맞춰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빨리 더위가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해요. 송파 지역에서는 이 무렵에 세시풍속으로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어린 쑥 잎을 쌀가루와 함께 버무려 떡을 만들어 먹는 음식이에요! 이제 곧 식물들이 쑥쑥 자라 단단해지기 시작하니 봄나물을 찾는 분들은 어서 맛보시길 바라요.
아무튼 그럼 입하에는 우리 주변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가로수의 꽃이 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버드나무와 단풍나무는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꽃을 발견하기 힘든 나무예요. 요즘 이동하다 보면 보도블록에 작은 연녹색 덩어리가 소복이 쌓여있는 것을 보실 수 있어요. 주로 보도블록 틈새에 소복이 모여있죠. '이건 뭐지?' 싶지만 바쁜 아침에 종종거리며 지나쳐갈 때가 많아요. 그러다가 어느 날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 덩어리가 대체 뭘까 주워서 손바닥 위에 올려보았어요. 그리고 금방 그 정체를 알 수 있었죠. 바로 느티나무 수꽃이었어요. 작은 녹색 수술의 약이 작은 연녹색 덩어리가 이루며 도로에 소복이 쌓여 있었죠. 느티나무는 4~5월에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어나는 식물이에요. 나무가 대부분 굉장히 크기 때문에 나무에 달린 꽃을 관찰하기는 힘들지만, 오늘처럼 수꽃이 떨어질 때 생김새를 관찰할 수 있어요. 한 개의 수꽃에는 4~6개 정도의 수술이 달려있고, 이 수술대는 굉장히 짧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초록색 알갱이가 오글오글 달린 모양이에요.

길을 걷다 보면 하늘에 민들레 씨도 아닌 구름 같은 먼지 덩어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실 수 있어요. 건물 구석에는 이 먼지 덩어리가 수북이 쌓여 있고요. 생각해 보면 물가에서 더 이 먼지를 발견하실 수 있어요. 강이나 저수지, 개울 근처에서요. 왜 그런가 하면 이 먼지는 물가에서 사는 걸 좋아하는 버드나무 종류의 씨앗이기 때문이죠. 버드나무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데요, 축 처진 수형으로 공원이나 정원에서 자주 식재하는 수양버들, 버드나무, 호랑버들, 왕버들, 갯버들 등 다양한 버드나무가 살고 있어요. 몇몇 사람들은 이 씨앗 먼지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생각해서 나무를 잘라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이 아니에요. 꽃가루 같은 미세한 입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지만, 씨앗은 굉장히 큰 덩어리이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답니다.

요즘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눈꽃 치즈 같은 하얀 꽃이 가로수 위에 소복이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자세히 보면 길쭉한 타원형 꽃잎을 볼 수 있죠. 이 나무의 이름은 이팝나무예요. 이팝나무의 유래는 조팝나무와 비슷해요. 조선 시대 임금의 성이 이(李) 씨기 때문에 벼슬을 해야 이 씨가 주는 귀한 쌀밥을 먹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쌀밥을 '이(李)밥'이라고 불렀고 이팝나무의 꽃 모양이 쌀밥=이밥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밥나무로 불렀고 나중에는 이팝나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해요. 또 다른 이름의 유래는 24절기 입하(立夏)와 관련이 있어요. 입하 전후로 꽃이 피는 나무라는 뜻에서 '입하나무'로 불리다가 이팝나무로 이름이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샐러드연맹 웅
식물을 사랑하는 동물들이 모인 랜선 공동체, <샐러드연맹>의 한국지부장. 24절기 계절을 전하는 뉴스레터, 식물알림장 발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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