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을 지르는 뿌리, 맨드레이크 약용식물 맨드레이크가 가진 양날의 검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22. 08. 26 · 읽음 4,775

인류는 화학전에 뒤늦게 참전했다. 수백만 년 동안 식물은 초식동물의 끈질긴 공격과 병충해의 집요한 위협을 받으며 진화했다. 식물은 이런 공격과 위협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했는데, 그중 하나가 복잡한 화학물질을 다량으로 생산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식물성 화학물질은 인류의 직접적인 관심사다. 19세기 후반까지 식물에서 추출한 화학물질은 가장 효과적인 약물 원료였다.  

적어도 4천 년 동안 맨드레이크는 서구 문명에서 가장 유명하고 악명 높은 약용식물이었다. 맨드레이크는 수많은 일반명을 가지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사탄의 사과’ ‘바보의 사과’ ‘사탄의 촉수’ 그리고 ‘용 인형’ 등이 있다. 맨드레이크는 보통 지중해와 레반트(Levant)의 건조한 지역에서 자란다. 이 식물은 파스닙(parsnip) 모양의 길고 곧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독특한 암녹색의 잎은 납작한 장미 모양이다. 봄에 잎의 중간에서 종 모양의 자주색 꽃이 피어오른다. 가을이 되면 독특한 향을 지닌 노란색 열매를 맺는데, 이 열매는 탁구공만 하다. 맨드레이크는 주로 스코폴라민, 환각제, 히오시아민으로  사용되는 트로판 알칼로이드(tropane alkaloids)를 함유하고 있어서 아주 위험한 식물로 여겨진다.

이 화학물질은 시냅스의 정상 기능을 방해한다. 스위스계 독일 연금술사인 파라켈수스가 언급했듯, 맨드레이크의 독성은 투여량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이 단 한 방울에 달려 있다. 저용량을 사용하면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마취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적당량을 사용하면 환각이 일어나고, 고용량은 사람의 목숨을 끊을 수 있다. 모든 약용식물과 마찬가지로 맨드레이크의 투여량을 조절하는 것은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알칼로이드 농도는 맨드레이크의 어느 부분에서 추출했는지, 맨드레이크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그리고 개체의 성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맨드레이크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적정량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화학과 생물학에 정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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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레이크에 관한 설화는 대체로 사람의 형상을 닮은 뿌리 때문에 생겨났다. 이는 ‘인간의 특정 신체기관과 생김새가 비슷한 식물은 그 신체기관에 약리효과가 있다’는 의미의 약징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다. 대표적으로 맨드레이크를 땅에서 뽑으면 맨드레이크가 비명을 지르는데, 이 비명소리를 듣는 사람은 즉시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줄리엣은 죽음을 가장하려 물약을 마시기 전에 가족무덤에서 홀로 깨어나는 두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맨드레이크를 땅에서 뽑을 때 검으로 원을 그리는 의식을 치르면 죽음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맨드레이크를 수확할 때는 주로 개를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맨드레이크를 뽑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개의 목줄을 맨드레이크에 묶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땅에서 뽑힐 때 지르는 그 무시무시한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실제로 초기 맨드레이크 삽화에는 종종 뿌리를 매단 채 죽은 개의 모습이 그려졌다. 중세 사람들은 맨드레이크가 교수형에 처한 시체의 소변과 정액이 떨어진 바닥에서 자란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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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맨드레이크를 수확하는 데 따르는 수많은 어려움과 위험도 맨드레이크를 정원에서 기르고자 하는 10세기 초 영국 사람들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희귀성은 이 식물을 더 갖고 싶은 존재로 만들었다. 맨드레이크 뿌리는 강한 인간의 모습을 할수록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맨드레이크 뿌리를 인간의 형체와 더 유사하게 깎는 것만으로도 시장가치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유럽 전역에서 흰 브리오니아 뿌리를 깎아서 만든 가짜 맨드레이크 뿌리가 불운을 막아주는 부적으로 흔히 통용되기까지 했다.  

맨드레이크에 대한 속설은 17세기 후반까지 이어졌지만, 식물을 실질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은 이를 우습게 여겼다. 영국 식물학자  존 제랄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맨드레이크를 둘러싼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더 이상 약으로 맨드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18세기와 19세기의 의료인들은 사람들로부터 신임을 얻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문만 무성한 맨드레이크를 애용하지 않았다. 맨드레이크를 약용으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또 다른 요인은 맨드레이크보다 더 효과적인 마취약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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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레이크는 여전히 직간접적으로 약의 원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주류 의학은 더 이상 맨드레이크를 의학적으로 가치 있는 약용 식물로 여기지 않는다. 오늘날 신약을 개발해서 시판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억 파운드의 비용이 들 수 있으며, 의약품의 대다수는 안전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 화학물질로 만들어진다. 

맨드레이크 신화는 여전히 강력해서 지금까지도 대중문화에서 자주 발견된다. 현대에도 잘 속거나 절망에 빠져 냉철한 판단이 힘든 사람들을 노리는 약물들이 존재한다. 이 약물들은 사회적 지위, 성적 능력과 경제적 힘을 부여해 잠시나마 현실로부터 벗어나도록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이것들은 사실상 맨드레이크와 다름없다.

이 시리즈는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스티븐 해리스 지음, 장진영 옮김, 돌배나무)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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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나무에서 출판한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은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주요 식물 50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해리스는 영국 옥스퍼드 크리아스트처치칼리지의 식물학과 교수이자, 옥스포드 대학교 식물표본실의 큐레이터로, 보리, 쌀, 커피 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식물이 인간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전파되고 인류의 삶과 문화를 변화시켜 왔는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풀어낸다. (스티븐 해리스 지음, 장진영 옮김, 돌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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