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신의 기름, 올리브올리브의 역사에서 배우는 삶의 방식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22. 08. 29 · 읽음 362

특정 민족이나 문화와 깊이 연관된 식물들이 있다. 이런 식물은 문화적 고정관념이 되고는 한다. 올리브라고 하면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아주 오랜 세월을 견뎌 열매를 주렁주렁 맺은 올리브나무의 강인한 아름다움, 올리브의 짜릿한 맛이나 녹색이  감도는 황금빛 올리브유를 통해 우리는 이미 사라져버린 삶의 방식과 만나게 된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올리브를 재배했다. 올리브는 경제의 중추로, 약 7천 년 동안 지중해부터 저 멀리 이란까지의 국제 상거래 상품을 담당했다. 올리브라는 이름은 ‘olive’, ‘oliva’, ‘oliba’, ‘olijf’,  ‘ulliri’ 등의 옛 유럽어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여기서 올리브가 아주 오래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olive’는 그리스어 어원을 거쳐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여기서 ‘oil’과 기타 파생어들이 나왔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올리브와 피마자 나무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자주 등장한다. 성경에서 올리브는 약속의 땅과 연관이 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비둘기가 물고 온 올리브 가지는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올리브의 기름은 고전 문명의 제례의식에서 사용됐고 여전히 유다파 그리스도교의 종교의식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올리브는 단순히 고전에 등장하고 종교의식에 사용되는 식물만이 아니다. 올리브는 서양 문화권의 귀중한 식량이자 연료였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천일야화>에서는 올리브 거래상들이 가득한 아라비아 장터가 자주 등장한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올리브 기름을 담는 항아리가 발굴됐고 올리브 화석이 대추, 곡물 그리고 콩과 함께 근동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지중해 연안의 국가에서 여전히 올리브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2년에만 1,650만 톤의  올리브가 수확됐다.

© milada vigerova on Unsplash 

올리브는 중간 크기의 상록수다. 옹이가 많으며 뒤틀리고 땅딸막한 몸통이 특징이다. 줄기의 양옆으로 난 타원형 잎은 잔털로 덮여 있다. 이 잔털 때문에 올리브나무는 은빛이 도는 녹색을 띤다. 작고 흰 꽃이 길쭉하게 무리 지어 피고 나면 기름이 풍부한 작은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는 초록색이거나 보라색일 때 딴다. 야생 올리브나무는 일반적으로 유성번식을 하지만, 인간이 재배하는 올리브는 무성 번식을 한다. 추가적으로, 씨앗에서 자란 올리브에서는 질 나쁜 열매가 맺힌다는 결과가 발견되기도 했다. 

야생 올리브나무는 주로 지중해의 유럽 지역에 분포한다. 반면 올리브 재배는 주로 이베리아와 지중해의 북쪽과 동쪽 해안의 변두리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올리브나무는 북아프리카 해안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올리브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터키를 지나 서쪽의 이란까지 이어진다. 16세기 말까지 올리브나무는 신세계, 특히 캘리포니아와 중앙 칠레처럼 따뜻하고 습한 겨울 기후와 뜨겁고 건조한 여름 기후를 지닌 지역에 확실히 뿌리를 내렸다. 지난 세기 동안, 지중해  사람들이 각지로 흩어지고 세계적으로 올리브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리브 재배가 남아프리카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지중해 전역으로 확산됐다. 

© apostolos vamvouras on Unsplash

수 세기 동안 북유럽의 원예사들은 지중해 분위기를 내고자 온실과 정원에서 애정을 듬뿍 담아서 올리브나무와 도금 양을 키웠다. 영국에서 어린 올리브나무는 지중해풍 정원을 꾸밀 때 필수적인 식물이 되었으며, 공급 업자들은 올리브나무를 미래에 기후가 온화해져도 재배할 수 있는 식물로 홍보했다. 올리브나무는 온실의 화초처럼 연약한 식물이 아니라 들판의 잡초처럼 억세고 거친 식물이다. 올리브나무는 야생에서 가뭄과 화재가 빈번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했을뿐더러,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면 빠르게 환경에 적응해 순식간에 우거진다. 특히 올리브가 자연적으로 확산된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도입된 지역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올리브 야생종은 아주 다양하며 올리브 재배종도 야생종의 일부다. 올리브 재배종과 가까운 친척 정도일 야생종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거의 없지만, 현재 나와 있는 증거에 따르면 올리브를 처음 재배한 지역은 레반트였다. 올리브가 최초로 재배된 이후 야생으로 재유입되면서 재배종과 야생종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야생종, 재배종, 그리고 다시 야생으로 유입된 품종 사이에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면서 올리브의 품종은 아주 다양해졌다.  정체가 밝혀진 재배종만 수천 개에 이르면서 이 얽히고설킨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작은 잎과 가시가 달린 어린 가지와 과육이 적은 열매를 맺는 지중해의 야생종은 프랑스 니스 지방의 품종과 유사하다. 이 야생종도 재배종이었다가 야생화된 품종으로 추정된다. 성 바울은 편지를 쓰거나 강연을 할 때 올리브나무를 비유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자신의 청중이 올리브 재배의 실질적 미묘함과 야생종과 재배종의 차이를 이해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리브나무는 아주 오래 살 수 있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올리브나무가 수천 년을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오래된 식물의 추정 나이에 대해서는 상당히 큰 과학적 의구심이 존재하지만, 설령 과학적  분석을 거쳐 알게 된 나이가 예상보다 적다고 하더라도 오래된 나무는 여전히 경이로운 존재로 여겨진다.

이 시리즈는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스티븐 해리스 지음, 장진영 옮김, 돌배나무)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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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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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나무에서 출판한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은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주요 식물 50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해리스는 영국 옥스퍼드 크리아스트처치칼리지의 식물학과 교수이자, 옥스포드 대학교 식물표본실의 큐레이터로, 보리, 쌀, 커피 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식물이 인간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전파되고 인류의 삶과 문화를 변화시켜 왔는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풀어낸다. (스티븐 해리스 지음, 장진영 옮김, 돌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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