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사막(Arizona Desert)의 대지에 자라는 식물들의 모습은 사계절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야의 풍경과는 너무 다르다. 초록의 무성함을 자랑하는 숲 대신 날카로운 가시들로 가득한 기둥 모양 변경주선인장(Carnegiea gigantea)들이 팔을 벌리고 메마른 흙과 자갈 사이에서 자란다. 자세히 보면 동그란 모양, 길쭉한 모양 등 선인장 종류가 꽤나 다양하다. 건조한 지역에서 식물체에 수분을 저장하는 다육식물 가운데 가시자리를 가지고 있는 식물을 선인장으로 분류하는데, 이들은 수분 증산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잎이 가시로 진화하였다. 3,000여 종에 이르는 선인장과의 식물들은 대부분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Phoenix)엔 저마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선인장을 모아 놓은 사막 식물원(Desert Botanic Gardens)이 있다. 사막 환경 보호 보전에 관심을 가진 몇몇의 뜻으로 시작된 곳이다. 먼저 스웨덴 식물학자 구스타프 스타크(Gustaf Starck)는 ‘사막을 구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1934년 애리조나 선인장 및 자생식물 협회(Arizona Cactus and Native Flora Society)를 설립했다. 그 후 거트루드 웹스터(Gertrude Webster)가 협회 가입 후 식물원 설립을 지원했고, 식물 수집에 있어서는 첫 번째 디렉터인 조지 린지(George Lindsay)의 활약이 컸다. 지금은 약 4,000종의 식물이 5만 본 가까이 수집되어 있으며, 크게 보면 호주, 바하칼리포르니아, 남아메리카 이렇게 세 컬렉션으로 나뉜다.

소노란 사막(Sonoran Desert)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 주는 주변 풍경 속엔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오랫동안 높이 자란 선인장들이 전신주처럼 서 있다. 입구에선 보랏빛 손바닥선인장과 황금빛 금호 선인장이 관람객을 반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리 공예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가 선인장에 영감을 받아 만든 섬세한 유리 작품도 중간중간 눈에 띈다. 크기와 질감이 다른 250종의 용설란이 곳곳에 풍성하고 조화로운 정원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아가베 비비파라(Agave vivipara)에서 올라온 5~6미터 높이의 꽃대는 장관을 이룬다. 오래된 유카(yacca)의 갈색 잎들이 밑으로 처진 모습이 거대한 야생 야크의 털처럼 묵직하다.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의 기둥 선인장이 솟아 나온 파이프오르간선인장(Stenocereus thurberi)도 정원 곳곳에서 무게감을 더한다.
선인장의 꽃들을 아주 좋아하는 벌새를 볼 수 있는 정원도 있다. 벌새는 아주 작고 귀엽지만 그들의 영토를 지키고자 할 때는 꽤나 공격적이다. 사막 식물원은 다섯 가지 테마 산책로를 통해 다양한 선인장들의 조합으로 아름답고 이색적인 정원을 보여준다. 비스듬한 저녁 빛이 수많은 종류의 선인장 가시와 털끝을 비출 때 그 섬세한 빛의 분산은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박원순
서울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후 미국 롱우드가든에서 국제정원사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델라웨어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를 전공했다. 제주 여미지식물원, 에버랜드 꽃축제 연출 기획자를 거쳐 현재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에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지은 책에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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