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은 시계 장치를 내장하고 있는 걸까? 시간 변화에 따라 일을 하는 식물들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22. 09. 05 · 읽음 1,480

식물은 빛을 통해 낮 동안의 시간 변화를 인식한다. 원칙적으로 여기에는 여러 단백질이 작용하는데, 이것들은 빛이 비칠 때 넉넉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스위치처럼 특정 과정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 과정이란 주로 밤에 급격히 생장하는 것이나 가루받이에 적합한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해 꽃봉오리를 벌리는 것 등이다.

수많은 식물이 낮에는 꽃을 피우고 저녁에는 봉오리를 오므리는데, 그렇다고 모든 꽃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시간에 이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작은 연못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수련은 아침에는 벌어지고 이른 오후쯤 다시 닫힌다. 민들레도 티타임인 늦은 오후 무렵이면 꽃봉오리를 닫는다. 그러나 긴잎달맞이꽃(Oenothera odorata)처럼 개화 리듬이 완전히 다른 식물도 있는데, 이 꽃은 해질 무렵에 비로소 피었다가 그다음 날 오전에 봉오리를 닫는다. 가루받이를 해주는 나방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 ivay val on Unsplash

식물은 낮 동안의 시간 변화를 빛 파장의 차이를 감지해 인식한다. 이를 빛의 색깔이라고도 하는데, 이 색 온도는 켈빈 값(K)을 통해 측정한다. 아침에는 빛이 불그스름한 것으로 느껴지지만 오전에는 노랗게 되어 켈빈 값은 대략 5,000K에 다다른다. 낮에는 이 값이 5,500K로 올라가며 빛은 더 밝은 노란색이 된다. 반면 저녁이 될수록 색깔 및 온도 측정치는 다시 오전 수준으로 내려간다.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 있으면 다시 오전 수준으로 내려간다.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 있으면 햇빛은 온냉의 성질과 관계가 없고 중성적이라 느껴지며(대략 6,500K에서 7,500K), 구름에 가려진 햇빛이나 구름 없는 겨울 하늘은 차갑게, 그러니까 푸르스름한 색깔로 나타난다. 

식물은 이런 차이를 분별할 수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식물의 개화 시기를 억누르기도 하고 촉진하기도 하는 관련 단백질들의 형성과 분해가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식물은 이 모든 일을 스위스제 시계도 없이 해내는 것이다! 

린네의 꽃시계 © i-Stock 

*린네가 만든 꽃시계를 보면 몇몇 꽃이 언제 벌어지고 언제 닫히는지를 알 수 있다.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가 46종의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을 기록해 이를 토대로 만든 자연 시계. 

이 시리즈는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애플북스)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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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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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바를라게(Andreas Barlage)의 저서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는 정원과 화분을 가꿀 때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를 담았다. 식물 일러스트와 함께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친절한 식물학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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