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는 왜 밤이 되거나 비가 올 때 닫힐까? 꽃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일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23. 05. 17 · 읽음 4,351

해가 져서 가루받이 곤충을 더 이상 유혹할 수 없거나 (다시 말해 낮에 피어 꽃꿀과 향기를 발산하는 꽃이거나) 빗줄기에 특별히 잘 견디는 암술과 수술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대다수 꽃이 그러하다) 꽃봉오리는 닫힌다. 왜 그럴까? 이유는 자명하다. 몸이 닳지 않도록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꽃이 열리고 닫히는 일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크로커스와 튤립을 예로 들자면, 이들 꽃은 열에 반응한다. 꽃잎 안쪽 면은 날씨가 따뜻하면 자라지만 바깥쪽은 자라지 않는다. 그러면 안쪽으로부터 꽃잎이 벌어져 바깥쪽으로 둥글게 굽은 모양을 만듦으로써 꽃봉오리가 열리게 된다. 반대로 날씨가 서늘해지면 꽃잎의 안쪽은 원래 형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반면 바깥쪽은 자란다. 꽃잎이 안쪽으로 모아지면서 닫히게 되는 것이다. 개화기에는 이런 과정이 쉼 없이 반복되므로 꽃은 전체적으로 커진다. 꽃은 이렇게 자라난다. 그래서 꽃은 지기 직전에 활짝 벌어진 것이 가장 큰 법이다.

© didssph on Unsplash

다른 메커니즘은 팽압의 변화에 의한 것인데, 꽃잎의 성장에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팽압이란 세포액이 세포벽에 행사하는 압권을 말한다. 예컨대 식물이 물을 잘 공급받고 있으면 그 식물의 세포는 팽팽하게 채워져 탱글탱글하다. 반대로 건조할 때에는 팽압이 간소하고 조직이 느슨해진다. 식물에게 언제 꽃봉오리를 닫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은 낮 시간의 햇빛 색깔이다. 그 색의 변화에 반응해 꽃에 대한 수분 공급이 막히면 꽃잎은 마치 축 처진 접이식 우산처럼 오그라든다. 그리하여 꽃의 내부 기관을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보호하는 것이다. 

이미 가루받이가 끝났을 때에도 꽃봉오리는 신속히 닫힌다. 물론 그렇다고 꽃잎이 보기 흉하게 갈변하거나 곧장 떨어져버리지는 않는다. 봉오리가 닫힌 꽃은 이제 곤충을 유혹하지 못하므로, 안 그래도 바쁘고 허기진 곤충들의 쓸데없는 수고를 덜어준다. 이 메커니즘도 마찬가지로 대개는 팽압 작용에 근거한다. 이제 꽃잎은 더 이상 영양 공급을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일반적인 영양 공급망에서 떨어져 나간다. 달리 말하면, 시들 때가 된 것이다.

이 시리즈는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애플북스)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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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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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바를라게(Andreas Barlage)의 저서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는 정원과 화분을 가꿀 때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를 담았다. 식물 일러스트와 함께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친절한 식물학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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