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수풀의 준말이다. 나무들이 무성하게 들어찬 곳으로 삼림이라고도 부른다. 풀과 나무가 모여 동물 등 생명이 사는 공간이 숲이다. 우리나라의 삼림 면적은 약 633만 5,000헥타르(63.2%)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어 네 번째로 국토 면적 대비 숲이 넓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숲은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생산하며 공기를 맑게 만들고,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 기체를 흡수하며 저장한다. 숲은 깨끗한 물을 만들고, 폭우에 따른 산사태를 막고,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천연 에어컨이며, 소음도 차단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 숲의 공익적 가치는 221조 원으로, 이는 국민 한 사람이 해마다 428만 원 정도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국내총생산(GDP) 1,893조 원의 11.7퍼센트에 이른다.
숲은 다양한 생물이 자라는 서식 공간이며, 사람들도 숲 속에서 휴양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숲은 모든 생명체의 서식지이자 피난처이며 수많은 자원의 곳간이다. 숲이 사라지면 자연이 주는 혜택은 사라지고 그만큼 삶이 고달플 것이다.

왜 숲 속으로 들어가면 우리의 마음과 몸이 편해질까?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숲과 조화로운 교류를 하던 원시시대 생활에 맞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숲을 좋아한다. 이를 미국 하버드대학의 윌슨(E.O. Wilson) 교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명명했다. 녹색 갈증이라고도 부르는 바이오필리아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싶어 하는 것이 생명체의 당연한 본능이다. 오늘날의 도시 생활은 우리에게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도 끊임없는 부담을 준다.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는 본디 자연 속에서 살던 인간이 산업화 사회와 도시 생활을 하면서 겪는 갈등인 테크노 스트레스(Techno stress)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숲이 여러 이유로 주변에서 사라지면서 세상은 삭막해지고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자 찾는 경치 좋은 곳에 들어선 숙박시설, 골프장, 스키장, 케이블카 등 레저, 스포츠를 위한 시설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숲을 파괴하는 개발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도시의 편안한 삶을 자연 속에서도 찾으려는 욕망은 되려 우리를 자연과 멀어지게 할 때도 있다. 자연 속에서는 도시에서 누리던 편리함을 과감히 버리고 불편함을 즐기는 문화가 아쉽다. 우리는 자연생태계 파괴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자연을 파괴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가해자이기도 하다. 사람과 숲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이제부터라도 숲을 보전해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보장해 주고, 그 속에서 인간이 가진 본성을 깨우치면서 자연 속에서 조금은 불편을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적인 삶을 자연 속에서까지 누려야 할 이유는 없다. 미래 세대에게 나무와 숲을 바르게 알려주는 자연교육이 필요한 것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도 사람이 자연 생태계와 일정 거리를 두고 서로 지혜롭게 공생하는 호모 심바이오시스(Homo symbiosis)가 되어보면 어떨까?
공우석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공생을 바라며 한국의 숲을 누비는 지리학자. 한반도에 분포하는 식물의 다양성과 기후, 인간 등 환경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고, 기후 변화가 고산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또한,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 생물 멸종 위기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널리 알리고 있다. <숲이 사라질 때> <기후위기 더 늦기 전에, 더 멀어지기 전에> <바늘잎나무 숲을 거닐며>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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