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에 들면 따스해진다. 산의
그늘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음(陰)도 양(陽)으로 바꾸는 신비한 곳. 개구쟁이
녀석들이 물장구치며 맘껏 논다. 다정한 연인은 낭만적인 캠핑을, 노부부는
자식들과 황혼을 사진에 담는다. 덤으로 우리 집 막내 댕댕이도 촐랑촐랑 뛰어논다. 모두 그 숲에서 가능한 따스한 장면이다.
산음자연휴양림은 경기도 양평이 아니라 강원도 어디쯤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래야
가는 동안의 여정을 수긍할 수 있다. 특히, 산음리 마을
길은 꽤 좁아서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아띠울펜션 앞에서 길이 갈린다.
오른쪽으로 가면 기존 휴양림 지구이고 왼편 산길로 접어들면 새로 조성된 ‘반려견 동반 객실
지구’로 간다. 이 산길이야말로 운전 미숙이면 큰일 나는
길이다. 조심하자. 깊은 산속에 숙박 시설과 애견 놀이터와
운동장이 있다. 모처럼 바깥공기 마시며 강아지들과 뛰어노니 견주는 욕심날 만한 장소다.
산음의 산은 용문산이다. 용문산
그늘 아래 있지만 산음 휴양림에서 오를 수 있는 산은 봉미산(856m)이다. 휴양림은 그 산 아래 계곡을 따라 길게 자리한다. 제일 위쪽에 숲속의 집 20여
동이 들어서 있는데, 3인실·4인실·8인실 등 선택의 폭이 넓다. 특히,
8인실이 많아서 산음 휴양림에서는 아이부터 조부모까지 삼대가 산책하는 흐뭇한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울긋불긋 산을 병풍 삼아 가을 밤, 고소한 냄새를 피우며 모처럼 부모님께, 아이들에게 웃음꽃을 선물한다.
산음 휴양림 야영장도 낭만적인 장소다. 입구 쪽 제1야영장은 평범한 모습이나 계곡이 가깝고 시원스럽다. 잣나무 숲이 손짓하는 제2야영장은 캠퍼들이 열광하는 곳이다. 쭉쭉 뻗은 잣나무 아래, 하룻밤 한뎃잠을 청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드는 아침,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잣 잎
쿠션도 훨씬 견고해졌다. 엄마 아빠가 철수하는 동안, 덱 위의
꼬마들은 일광욕을 즐긴다. 다소 쌀쌀한 가을밤공기도 연인의 낭만 캠핑을 방해할 수는 없었으리라. 고독한 솔로 캠핑을 즐긴 아저씨도 잣숲에서 따스한 기운을 듬뿍 받고 간다.
산음휴양림은 산책하기 참 좋다. 국내 1호 치유의 숲이자 최초의 숲 해설 코스가 산음 숲에 있다. 제2야영장에서 내려오면 덱 로드가 시작된다. 지그재그로 숲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다. 쭉쭉 뻗은 잣나무 몸짓을 따라 스트레칭도 해본다. 덱로드가 끝나면 산림치유센터가 나온다. 예약을 하면 숲 체조, 명상, 오감 체험 등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치유센터를 지나 계곡을 건너면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조화로운 숲, 단풍들의 화려한 손짓으로 마음이 따스해진다. 소원바위에서 소원도 빌며 삶의 에너지를 얻어본다. 산책 나온 삼대 가족, 먼 훗날 가슴속에 남을 추억의 한 장을 산음에서 새기고 간다.
산음의 계곡도 숲만큼 알차다. 넓고 깊지는 않지만 물줄기 따라 시원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산림문화휴양관 앞과 제1야영장 쪽 계곡이 놀기 좋다. 층층 계곡마다 아이들의 물 싸움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매표소 앞 정겨운 ‘도토리 상회’도 들러보자. 마을 농산물 직판장 겸 카페이다. 귀농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 한 잔에서 숲속 향기가 느껴진다. 산음리 표고버섯도 한 봉지 구매해 산음의 여운을 두고두고 음미해 보자.
루피맘
행복한 휴양림, 캠핑 여행의 전도사이자 여행 작가로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발도장을 찍고 있다. 저서로 < 우리는 숲으로 여행간다 > < 캠핑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 < 숲에서 놀자 >(공저) 등이 있으며, 각종 매체에 숲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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