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루꼴라는 특성만 제대로 파악하면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는 허브이자 채소입니다. 루꼴라는 잎채소처럼 줄기 없이 잎대에 잎이 붙은 형태로 자라는 데다 햇빛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상추보다는 빛이 덜 들어도 그럭저럭 잘 자라기 때문이죠.
하지만 루꼴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상추만큼이나 키우기 어려울 수 있어요. 루꼴라는 저온에 강하고 고온에 약하며, 온도가 높아지면 쉽게 꽃대를 잘 올리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물론 잎채소는 대부분 온도가 높아지면 꽃대를 올리는 편이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키워본 경험에 빗대 보면, 루꼴라가 가장 빠르게 꽃대를 올려 수확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쉽게 꽃대를 잘 올리는 특성의 문제점은 수확할 수 있는 만큼 자라지도 않은 상태에서 꽃대를 올려 성장을 멈춘다는 거예요. 보통 식물이 꽃대를 올리면 잎으로 보내던 영양분이 꽃대에 집중하게 되죠. 그럼 잎은 성장을 하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질겨집니다. 그럼 맛이 없고 수확하기도 어렵습니다.

샐러드, 이탈리아 요리 등에 활용하기 좋은 루꼴라는 시중 가격이 비싸 여러 차례 직접 베란다에서 재배해 먹곤 했는데요. 4월쯤 파종하면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날씨가 더워져 수확하지 못한 적이 많았고, 2~3월 혹은 9월 초에는 날씨가 더워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 비교적 수확이 쉬웠습니다.
루꼴라는 상추만큼은 아니지만 치커리, 청경채 등의 채소보다는 햇빛을 좋아하는 편에 속합니다. 한마디로 치커리, 청경채보다는 키우기가 조금 어렵고, 상추보다 키우기 쉬운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창가 근처나 창틀 위에서 키우는 것이 좋고, 봄이 되기 직전, 혹은 초봄이나 가을에 파종하면 훨씬 수월하게 루꼴라를 수확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잎채소를 키울 때와 마찬가지로 한 화분에 너무 많은 새싹이 돋아나면 제대로 자랄 수 없으므로 한 화분에 1~4포기 정도만 남게 꼭 솎아줘야겠죠.

시중에 많이 보이는 품종은 ‘로켓 샐러드’라고도 불리는 일년생 루꼴라인데, 정작 요즘 레스토랑에서는 다년생 품종 ‘와일드 루꼴라’를 샐러드 재료, 요리 장식 등에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저도 처음엔 로켓 샐러드를 키웠는데, 와일드 루꼴라 씨앗을 나눔 받아 길러보니 루꼴라가 야생적인 품종이라 그런지 햇빛이 부족한 베란다 텃밭에서도 상품 못지않게 잘 자라주더군요. 기본적으로 로켓 샐러드 품종보다 크기도 작습니다. 한 포기씩 테이크 아웃 컵에 심어 베란다에서 키우니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다년생 품종이라 더 오래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와일드 루꼴라 씨앗을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퀘럼
베란다에서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키우며, 그 과정과 요령을 전하는 가드너. 단행본 <퀘럼이랑 집에서 쉽게 허브키우기>, <나만의 정원>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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