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편하게 쉬고 싶은 곳, 안면도(安眠島). 그 안에 고려시대부터 관리한 왕실 소나무, 안면송이 살고 있다. 그들의 보금자리가 궁금해 안면도 자연휴양림으로 달려간다. 당일 입장해 소나무 곁을 산책하다 보니 소나무들과 헤어지기 아쉽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안면도 숙박시설 추첨에 선(先) 신청, 후(後) 당첨!
안면도는 섬일까? 육지일까? 원래 육지였으나 조선 인조 때, 물자 수송을 위해 판목운하를 만들며 ‘섬’이 되었다가 300년 후 다리가 놓여 육지가 되었단다. 최근 보령해저터널까지 가세했으니 이젠 명백히 ‘육지’다. 섬의 감성, 육지의 편리함이 공존하니 안면도는 휴양지로 인기가 많다. 그 안에 자리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이 인기 많은 건 당연지사. 그래서 안면도 휴양림 예약은 한 달에 한 번 월 추첨으로 진행한다. 평일도 공실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안면도 휴양림 숙박은 행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안면도에는 명품 숲이 있다. 수령 100년 넘는 소나무가 381헥타르에 걸쳐 자라는 국내 최대 천연림. 이 나무들은 ‘안면송’으로 불린다. 일제 강점기에 안타깝게 송진 채취 등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소나무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1992년, 그 기품 있는 숲 속에 안면도 자연휴양림이 들어섰으니 그 분위기와 시설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사실 이제 연식이 오래된 탓에 휴양 시설들은 조금 개보수가 필요해 보이지만 그 숲은 어디에 내놓아도 기죽지 않는다.
안면도 휴양림 숙박 시설은 4인실과 5인실 일반적인 통나무집부터 8인실 한옥, 황토방까지 다양하다. 추첨을 신청할 때, 고민을 많이 하지만 어디든 당첨만 된다면 감지덕지다. 소나무 숲 속의 집 어느 곳에 머물러도 창밖으로 선 굵은 소나무들의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캠퍼로서는 이런 멋진 숲에 야영장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 아쉬움은 몽산포 등 근처 해변 야영장에서 달래면 된다.
안면도 휴양림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좋지만 특히 겨울에 삭막하지 않아서 좋다. 언제나 푸른빛, 부드러운 솔잎이 쿠션처럼 발걸음을 편하게 해 다. 소나무가 주인공이지만 근처를 지키는 잔잔한 꽃과 나무도 비중 있는 조연 역할을 하는 덕분에 휴양림 풍경은 훨씬 풍성하다. 안면송을 느끼려면 산책로를 걸어야 한다. 휴양림 입구부터 시작되는 375미터 길이의 무장애 나눔길과 스카이워크는 필수 코스. 숙박객이라면 관광객이 몰려드는 시간을 피해 특혜처럼 아침 산책을 나서보자. 소나무 허리를 걸으며 소나무와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들 것이다.
걷는 도중에 포토존과 예쁜 글귀 앞에서 사진도 찍으며 행복한 가족 산책을 이어간다. 산책으로 부족하면 모시조개봉, 바지락봉, 새조개봉 등 귀여운 이름의 봉우리를 점령해 봐도 좋다. 산이라지만 동네 뒷산 수준으로 부담이 없다. 길 위에서 소나무뿐 아니라 동백, 대나무 등도 만나고 날이 좋으면 탕건봉에서 바다도 눈에 담을 수 있다.
스카이워크가 끝나는 지점에는 산림 전시관도 있다. 아이들과 들러 목재 생산 과정, 특히 안면송의 특징을 살펴보자. 유익한 산책이 될 테니까 말이다. 길 건너 한 몸처럼 자리한 안면도 수목원도 휴양림에 머문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숙박객에게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수묵화 같은 한국 정원은 천천히 걷고, 호랑가시나무 빨간 열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는 상록원은 조금 경쾌하게 걸어보자. 이렇게 연말 가족 여행이 편안하고 따스하게 마무리된다.
루피맘
행복한 휴양림, 캠핑 여행의 전도사이자 여행 작가로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발도장을 찍고 있다. 저서로 < 우리는 숲으로 여행간다 > < 캠핑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 < 숲에서 놀자 >(공저) 등이 있으며, 각종 매체에 숲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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