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 아니 이향적인 풍경 덕분에 사람들은 제주를 사랑한다. 내륙과 다른 나무, 풀, 꽃은 낯선 풍경 속에 ‘나’를 데려간다. 시나브로 제주 감성에 동화된다. 짙은 삼나무 숲 향기는 만성 비염도 치료해 준다. 눈 쌓인 현무암 돌담 위, 아이들 손때 묻은 스노우맨은 예술작품이 된다. 안갯속 산책로를 걷는 노부부는 건강해진다. 재주 많은 제주 붉은오름 숲 속에서의 신비로운 경험이다.
붉은오름은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에 위치한 오름이다. 주변에 붉은오름을 비롯해 물찻오름, 말찻오름이 휴양림을 둘러싸고 있다. 제주 시내에서 출발한 버스가 남조로를 따라 휴양림 앞을 지나간다. 다른 제주 휴양림에 비해 대중교통으로 가기 편하고 눈길에도 비교적 접근이 용이해 여행 베이스캠프로 삼기 좋다. 또한 놀이터, 목재문화체험장도 있어서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당황하지 않고 아이들과 휴양림 안에서 지내기도 좋다.
붉은오름 휴양림 정류소에 내려 조금 들어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그 앞에 주차장이 있다. 버스로 왔든 자동차를 타고 왔든 여기서부터 숙박시설까지 공평하게 걸어가야 한다. 주차장 바로 옆에 숲 속 야영장이 있는데, 제주 현지인은 물론 아니라 여행객에게도 인기가 많은 야영장이다. 이곳에서 한뎃잠을 청하려면 비행기표를 사기 전에 휴양림 덱부터 예약해야 한다. 각 사이트로 가는 길이 덱 로드로 정비되어 있어서 편하고 운치도 있다. 아침에 텐트 문을 열어보니 자욱한 안개가 숲을 점령해 버렸다. 주변을 에워싼 양치식물들, 다소 생소한 짙은 몸매의 나무들. 중생대 공룡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원시 숲 속에 화려한 텐트만이 현대문명 티를 내고 앉아 있다.
매표소에서 10분가량 걸어 들어가면 숙박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먼저, 2층짜리 건물은 삼나무동이라 불리는 휴양관이다. 그리고 돌담길을 앞에 두고 그 너머에 초가지붕을 한 숲 속의 집이 자리 잡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옥들 마치 제주 민속촌을 연상시킨다. 각 집으로 향하는 현무암 돌담길에 제주 감성이 물씬 담겨 있다. 그 위에 기생하는 이끼들도 제주스럽다. 각 집은 붓순나무, 윤노리나무, 솔비나무, 조록 나무 등 생소한 제주 자생 나무 이름을 달고 있는데 친절하게도 그에 해당하는 나무를 집 앞에 심었다. 벚꽃보다 소박한 솔비나무 꽃에 반하고 윤노리나무에게 상쾌함을 느끼며 머무는 내내 행복하다.
붉은오름 휴양림에는 다채로운 산책로가 있다. 해맞이숲길, 상잣성숲길, 무장애나눔숲길, 붉은오름등반로 등 다양한 코스가 있으니 각자 체력과 상황에 맞게 도전해 보자. 이 중 휴양관 옆에서 시작되는 덱 길과 붉은오름 등반로 초입에 자리한 삼나무 숲은 필수 코스. 울창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켜켜이 쌓인 형광빛 이끼, 이 길은 걷는 사람은 누구라도 건강해지고 어떤 병이라도 싹 나을 듯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길이다. 삼나무 숲길이 끝나면 갈림길, 막바지 400미터 정도만 힘내서 오르면 붉은오름 정상에 닿는다. 새덕이, 까마귀베개, 참빗살나무 등 지극히 제주스러운 나무들과 인사하며 멋진 풍광 앞에 다가선다.
붉은오름 휴양림은 아이들에게도 재주를 부린다. 돌담길은 아이들에게 미로 공간이다. 아침부터 뛰어다니며 숨바꼭질하듯 미로 놀이를 한다. 돌담길 끝에 자리한 놀이터는 아이들의 모임공간. 서로 모르는 남이라도 미끄럼틀 타며 금방 친구가 된다. 아침 식사 후에는 목재문화체험장으로 가서 즐거운 체험도 해본다. 붉은오름 바라보며 그네도 타고 포토존에서 사진 찍다 보면 어느새 며칠 더 묵고 싶다는 욕심, 아니 욕망이 샘솟는다.
루피맘
행복한 휴양림, 캠핑 여행의 전도사이자 여행 작가로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발도장을 찍고 있다. 저서로 < 우리는 숲으로 여행간다 > < 캠핑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 < 숲에서 놀자 >(공저) 등이 있으며, 각종 매체에 숲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댓글 1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