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에는 채소를 많이 먹어야 된다?변비를 유발하는 이유와 식습관을 알면 변비 해결법이 보인다
gsunnism23. 02. 05 · 읽음 771

‘건강’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함 또는 그런 상태’인데요. 의사 입장에서 볼 때 ‘건강하다’는 것의 보편적인 기준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진료 시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죠. 비만 진료를 보다 보면 만성 변비나 다이어트로 인한 변비를 호소하는 분이 많습니다. 심지어 쾌변을 위해 관장 라테나 술을 마신다는 황당한 얘기를 듣고 놀란 적도 있습니다. 

Photo by Jakub Dziubak on Unsplash

관장 라테는 변비약보다 더 잘 듣는 커피 음료를 지칭하는 말로, 한국인 75퍼센트가 갖고 있는 유당불내증의 부작용으로 효과를 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락토오스)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있을 경우, 섭취한 유당이 소장에서 수분을 끌어들여 팽만감과 경련을 일으키고 대장을 통과하면서 설사를 유발하게 되는데요. 여기에 우유를 농축해 만든 연유가 추가되면 장을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설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알코올은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 수분이 장에 흡수되기 전 배출되게 하고 소화액인 담즙 분비를 방해해 음식물 소화가 잘되지 않게 만들어 설사를 초래합니다. 당 함량이 높은 발효주나 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그리고 기름진 안주와 함께 마실수록 설사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두 경우 모두 배변 준비가 되었는지와 상관없이 인위적으로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해 변의를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비 해결에 좋은 방법이 절대 아닙니다.

변비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보통 변비가 있다고 하면 채소나 과일 등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라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가 변비에 좋을까요?

변비는 크게 장의 운동이 느려서 생기는 ‘이완성 변비’와 대장이 지나치게 수축해 변이 이동하지 못하는 ‘긴장성 변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성인보다 어린이나 노인층, 임신 시 여성호르몬의 영향, 칼슘제 복용으로 인해 자주 나타나며 특별히 배가 아프거나 불편하지는 않지만 며칠에 한 번씩 굵고 딱딱한 변을 보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 평소에 헛배가 부르고 배변이 매우 힘들며 배변 초기에 딱딱하고 작은 덩어리가 떨어지다가 점차 무르고 가는 변이 나오는 것이 특징으로 젊은 성인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Photo by Ella Olsson on Unsplash

정확하게 말하자면, 식이섬유 중에서도 셀룰로오스와 같은 불용성 식이 섬유소가 이완성 변비에 효과적입니다. 도정이 덜 된 곡류나 콩, 채소의 줄기 부분, 과일의 껍질에 들어있는 불용성 식이 섬유소는 대장에서 수분과 결합해 대변의 양을 늘려주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도와줍니다. 반면 긴장성 변비는 도정된 곡류나 줄기의 거친 섬유질을 제거하여 부드럽게 익힌 채소가 좋고 과일도 껍질은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탄닌 함량이 높은 덜 익은 바나나와 감은 변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먹으면서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변이 오히려 더 단단해져 변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물을 함께 마셔야 효과가 있습니다. 

충분한 물 섭취는 평소 위장 운동을 도와 변비 예방에 도움을 주고, 아침 식사는 밤새 쉬고 있던 장을 깨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음식이나 물을 마시는 것이 배변에 효과적입니다. 다만, 냉수나 찬 우유를 마시면 자칫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일정 시간 후에 화장실을 가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량이 적거나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한 경우, 혹은 수분과 채소 섭취는 부족한 반면 정제 탄수화물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 그리고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음료를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음주 등으로 체수분이 손실될 경우에도 변비가 생길 수 있으니 잘못된 식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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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영양, 여든 간다.”는 어머니 말씀을 실천 중인, 건강한 내일을 위해 늘 고민하는 일상 주치의 배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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