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나라 국화입니다. 국화이지만 우리나라 식물이 아닌 중국, 인도 원산이지요. 무궁화와 가까운 식물 중에는 전통적으로 뜰에 많이 심었던 접시꽃, 부용, 닥풀이 있습니다. 꽃을 보면 모두 무궁화를 닮았죠. 이들도 무궁화처럼 모두 외국 식물입니다. 저는 무궁화와 그 근연종들이 우리 전통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모두 한국 식물이 아니어서 작은 섭섭함이 있답니다. 더욱이 진짜 우리나라 무궁화가 한 종 있는데 이 종을 만났거나 친근하게 여기는 사람은 드물어 애석하지요.
무궁화는 무궁화속에 속합니다.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인데, 여기서 히비스커스(Hibiscus)가 무궁화속을 의미하지요. 차, 음료, 화장품 등에서 히비스커스라는 단어를 종종 보게 됩니다. 무궁화속에 속하는 어떤 식물이 들어있는데 그 종을 정확하게 지칭하지 않고 그냥 무궁화속, 즉 히비스커스라고만 표기한 것이죠. 다양한 무궁화속 식물들을 히비스커스라고 흔히 통틀어 부릅니다. 예를 들어 히비스커스 차는 히비스커스 사브다리파(Hibiscus sabdariffa)의 열매로 만든 차입니다. 우리는 히비스커스라는 단어가 친숙하고, 여러 종류의 무궁화속 식물을 일상에서 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자생 무궁화인 황근은 낯설게 느낍니다. 아마도 멸종위기 2급 식물로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겠죠.

해변에 사는 노란 무궁화
황근은 히비스커스 하마보(Hibiscus hamabo)라는 학명을 가진 무궁화 종류입니다. 황근의 이름은 노란 꽃에서 왔습니다. 흰색과 분홍색 무궁화꽃에 익숙한 우리에겐 노란색 꽃을 가진 황근이 오히려 이국적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처음 황근을 만났을 때 하와이나 동남아시아에 사는 화려한 열대성 무궁화를 떠올렸지요. 인도네시아에서 황근과 아주 닮은 꽃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황근처럼 노란 꽃이 피고, 잎사귀 모양도 닮은 히비스커스 틸라세우스(Hibiscus tiliaceus)라는 식물입니다. 흔히 해변 히비스커스라고 불립니다. 해안선을 따라 자라나기 때문에 해변 히비스커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람 키와 비슷하게 자라는 황근과 달리 해변 히비스커스는 10미터까지 높이 자랍니다. 푸른 바닷가에 해풍을 맞으며 노란 꽃을 피우는 모습으로 외국 휴양지 사진에 종종 등장하지요.
황근도 바닷가에서 자라는데 제주도의 현무암 지대에서만 자랍니다. 열대에서 자라는 해변 히비스커스와 달리 황근은 온대 낙엽성 나무들처럼 가을에 잎이 붉게 물듭니다. 푸른 제주도 바다, 검은 현무암, 동글동글한 초록 잎들, 노란색 무궁화꽃, 꽃잎이 질 때 나타나는 오렌지빛, 붉은 단풍까지. 황근은 바닷가를 다채롭게 만듭니다. 저는 황근이 자라는 바닷가를 보고 이국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국적인 이상한 풍경이라 느꼈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친근한 무궁화나 외국에서 만난 해변 히비스커스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계속 살아온 황근이 자라는 풍경이야말로 한국의 고유한 풍경이겠죠.
hyewoo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식물형태학적 분류 및 계통 진화와 같은 전통적인 연구부터 식물 DNA바코딩과 식물 게놈 연구와 같은 최신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으며, 식물생태학적 분야로 연구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는 신진연구자이다. 영국왕립원예협회의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서 2013, 2014, 2018, 2022년 참여, 모두 금메달을 수상하였으며 최고전시상 트로피와 심사위원스페셜 트로피를 수상하였다. 식물분류학과 생물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를 융합한 국내외 전시, 식물상담소, 강연, 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식물학자의 노트> <이웃집 식물상담소>를 쓰고 그렸다.
댓글 3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