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과 사람의 공존을 꿈꾸는 섬, 안마도사슴이 뛰놀고 지네로 먹고 사는 순박한 섬마을
강제윤23. 07. 30 · 읽음 1,225

안마도는 국경의 섬이다. 전남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 안마도는 면적 5.8제곱킬로미터, 해안선 길이 36킬로미터의 땅에 60가구, 80여 명이 살아간다. 안마도에 딸린 무인도 횡도가 영해 기점이니 중국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국경인 것이다. 

안마도 항, 산으로 둘러싸인 U자형 포구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아늑하다. 과거 바람이 불면 어선이 몰려와 피항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지형 때문이다. 포구는 나빡, 나루빡 혹은 나박 바우 등 정겨운 이름을 지니고 있으나 간척으로 갯벌이 매립되고 항만 시설이 들어서면서 예스러운 정취는 사라진지 오래다. 전부 7~8호쯤 되는 나루빡 마을에 몇 개의 슈퍼와 민박 등 상업 시설이 몰려 있다. 옛날 칠산어장에 조기가 잡힐 때는 안마도에도 파시가 들어섰다. 생선이 많이 잡히는 철이면 임시로 열리던 시장을 파시라 한다. 지금은 파시도 사라지고 외지 어선들도 찾아오지 않는다. 

이제는 안마도 배들만 조업을 나갔다 귀항한다. 옛날에는 산 너머에도 마을이 몇 개 더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산 안쪽에만 마을이 있다. 해안 도로의 끝, 솔숲 너머 월촌 마을이 섬의 중심이다. 면 출장소와 수협 출장소, 무선 중계소, 발전소, 파출소가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칠산 바다에 조기가 잡히던 시절부터 조기가 사라지고 부서가 많이 나던 시절까지 나루빡 주변에는 파시가 섰었다. 부서가 날 때는 아지(전갱이)도 많이 났다. 이때 아지 파시도 섰다. 파시는 40여 년 전에 끝나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은 60가구 80여 명에 불과하지만 한때 안마도에는 300호 이상이 살았다. 유권자만 1,000명이었고 전체 인구는 3,000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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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산어장에 조기가 널려 있어도 안마도 사람들은 고기잡이를 할 수가 없었다. 조기잡이 배를 마련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육지 사람들이 와서 칠산 바다의 돈을 긁어가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고기 둠벙'을 앞에 두고도 조기를 사다 먹었다. "사람은 많고 농토는 작고" 작은 섬에서 수천의 사람들이 좁은 농토에만 기대 살아가니 가난은 섬의 일상이었다. 부자라고 해봐야 자기 논밭 벌어서 안 굶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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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도는 해금강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해상 경관이 빼어나다. 부속 섬인 횡도, 안마도 해상의 횡도, 오도, 씨구리 바위, 말코바위, 사랑바위 등의 기암괴석은 신안 홍도나 여수의 백도에 버금갈 만큼 아름답다. 안마도의 부속 섬 횡도에는 중국과 국경을 사이에 두고 첨성대 형상의 영해 기점 표시 구조물이 있다. 국경의 섬인 것이다. 안마도 산에는 울타리를 탈출해 야생으로 살아가는 사슴이 200여 마리나 된다. 안마도에 야생 사슴이 많은 것은 안마도와 제방으로 이어진 죽도에서 기르던 사슴 4~5마리가 탈출해 안마도로 건너와 번식했기 때문이다. 

산에서 마주친 사슴은 사람을 보고 놀라지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어떤 주민들은 농작물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사슴을 제거하길 바란다. 반면에 또 어떤 주민은 사슴이 관광 자원으로 유용하다고도 생각한다. 사슴이 지나치게 많이 번식하는 것은 섬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개체 수를 조절하고 관리한다면 좋은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사람과 사슴이 공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섬이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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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도는 한때 방목 한우를 많이 기르는 섬으로 유명했다. 특히 죽도와 맞붙어 있는 대섬목 해변에는 여름이면 50여 마리의 소들이 몰려와 바다에서 몸을 담그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소 해수욕장으로 방송을 타면서 관광객이 갑자기 몰려오기도 했었다. 지금은 더이상 방목하는 대규모 소떼나 소 해수욕 풍경을 볼 수가 없다. 축산법이 개정되면서 축사 시설이 갖춰지지 않으면 대량 사육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안마도의 가장 큰 특산물은 지네다. 지네는 주로 5월 한 달 동안만 잡는데 해마다 지네만 잡아서 2~3,000만 원씩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지네는 주로 산속 돌 틈에서 잡는데, 돌 틈에 숨어 살던 지네들이 5월이면 교미를 위해 짝을 찾아 땅 밖으로 나올 때를 노린다. 지네는 말려서 약재로 팔기도 하지만 독주에 술을 담가서 지네 술로도 판매된다.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찾는 이들이 많다.

가는 방법 : 전남 영광군 홍농읍에 있는 계마항에서 하루에 두 번 안마도로 향하는 배편이 있다.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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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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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은 시인이며 섬연구자다. 사단법인섬연구소 소장, 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 국립 한국섬진흥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섬을 걷다>, <당신에게 섬>, <섬 택리지>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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