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의 섬, 자월도조선 후기까지 ‘소홀도’라고 불리던 인천의 작은 섬
강제윤24. 03. 11 · 읽음 103

섬사람들도 굴처럼 살이 올랐다 야위었다 한다.

섬사람들은 달의 자손이다.

달이 바닷물을 밀었다 당겼다 하며 바다 것들을 키우면

사람들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고동과 소라와 굴들을 얻어다 살아간다.

강제윤의 시 <자월도>

자월도(紫月島)는 서해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인천의 섬이다. 서해는 한국의 방위에서는 서해지만 중국의 방위에서는 동해다. 만물은 상대적이다. 국제적 명칭은 황해다. 서해는 평균수심 44미터, 최대수심 103미터의 얕은 바다다. 동해의 평균 수심은 1,684미터, 태평양의 평균 수심은 4,071미터.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수심은 1만 1,034미터에 달한다. 그 깊은 바다가 우물이라면 서해는 접시 물보다도 얕다.

자월도는 붉은 달의 섬이다. 백사장이 아름다운 섬이지만 여름 피서철을 제외하고는 해변이 한적하다. 최고점 178미터 밖에 안되는 국사봉 트레일도 걷기 편안하다. 조개 캐기 같은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쾌속선으로 1시간이면 도달하는 가까운 인천의 섬이지만 아득히 떠나왔다는 느낌을 준다. 

© 강제윤

자월도는 인천항에서 32킬로미터 해상에 위치한다. 주변의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승봉도 등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를 아우르는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의 중심 섬이다. 면적이 7.06제곱킬로미터이니 8.48제곱킬로미터의 여의도 보다 조금 작다. 해안선 둘레는 20.4킬로미터, 동서 길이 6킬로미터의 기다란 섬이다. 자월 1,2,3리 세 개의 마을에서 400여 명이 살아간다. 고려가 망하면서 공민왕의 후손들이 숨어 들어와 살았다고 전한다. 

자월도의 관문인 달바위 선착장에 열녀 조형물이 서 있다. 조형물은 열녀바위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옛날 한 어부가 이 섬에서 어로를 하고 살았다. 어느 해 겨울, 어로를 나간 어부가 사흘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어부의 아내는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남편을 찾아 헤매다 달바위 포구까지 왔다. 그곳에서 놀랍고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지네가 사람을 물어 죽인 뒤 촉수를 꽂고 즙을 빨아먹고 있지 않은가. 아내가 순간적으로 기절했다가 깨어나 보니 그 사람은 남편이었다. 그녀는 기막힌 슬픔에 몸을 가눌 길이 없었다. 통곡을 하던 어부의 아내는 마침내 달 바위에서 몸을 던져 남편의 뒤를 따랐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소홀도(召忽島)’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붉은 달의 섬, 자(紫) 월(月). 자월도라는 지명은 숙종 37년 1711년 <비변사등록>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 남양부 소속이었던 자월도는 남양부 호방(재무 담당 관리)이 세금을 걷으러 다녔다. 세금을 걷어 돌아가려 했으나 여러 날 풍랑 때문에 돌아가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달을 보니 검붉은 달이 희미하게 보여 자월(紫月)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육지에서 온 관리의 속이 검붉게 타들어 갔던 것일까. 정확한 유래야 알 길 없지만 자월이란 이름은 아무래도 소홀도보다 애틋하다. 일설에는 어부를 죽인 것이 큰 뱀이라고도 전해진다.  

달바위 선착장에서 면사무소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장골 해변이 있다. 장골 해변은 1킬로미터, 폭 400미터, 고운 모래밭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해변에서 굴을 깨고 조개, 낙지, 게 등을 잡는다. 섬의 텃밭처럼 소중한 해변이다. 장골해변 오른편의 바위섬은 독바위인데 썰물 때면 건너갈 수 있다. 장골이라는 지명은 세금으로 싣고 오던 곡식을 빼돌려 팔던 장터(場)가 있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해적들이 세곡선을 습격해 가져온 쌀을 매매하던 곳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장골은 잔골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작은 골짜기 아래 마을이라 작은 골, 잔골이었다가 장골이 됐을 것이다. 해발 166미터, 국사봉은 구릉처럼 낮지만 자월도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높다 해봐야 산길은 완만하고 능선을 따라 걸으면 내내 바다를 볼 수 있으니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섬길이다.

가는 방법 : 인천이나 대부도에서 연안여객선을 타면 1시간 안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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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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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은 시인이며 섬연구자다. 사단법인섬연구소 소장, 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 국립 한국섬진흥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섬을 걷다>, <당신에게 섬>, <섬 택리지>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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