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서 MSG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줄 서서 먹는 맛집의 비결이 사실은 MSG였다는 한 방송인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왔고, 한 인기 종편 프로그램에서는 MSG의 사용 유무로 ‘착한 식당’을 판가름하기도 했다. 1968년 어떤 미국인이 중국 음식을 먹으면 어지럽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인 중국 식당 증후군의 원인을 MSG로 지목하면서 시작된 ‘MSG 논란’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식당 증후군은 MSG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미국 FDA와 세계보건기구(WHO)는 1995년 공동 연구 조사한 결과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고 판명했다. 국내의 경우도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MSG는 안전하며 사용량을 규제하지 않는 첨가물로 인정했다.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 증명하듯(혹은 유해함을 증명하지 못했듯) MSG는 과연 우리 몸에 무해할까? 이를 논하기에 앞서 MSG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MSG는 글루탐산나트륨(Mono Sodium Glutamate)의 약자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88%)과 나트륨(12%)으로 이뤄져 있다. 글루탐산은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는 비필수아미노산 중 하나로 다시마, 멸치, 버섯, 콩 등의 자연식품에도 MSG 성분이 들어있다. 현재 MSG는 사탕수수에서 원당 및 당밀을 추출한 뒤 여기에 미생물을 넣고 발효시켜 글루탐산을 생성하게 한다. 그다음 글루탐산이 있는 발효액에서 글루탐산을 분리한 뒤 물에 잘 녹을 수 있도록 나트륨을 결합해 글루탐산나트륨을 만든다. 그래서 MSG가 인공조미료 또는 화학조미료라는 명칭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MSG 자체는 특별한 맛이 없으나 식품에 소량 첨가하면 식품 고유의 맛을 향상시켜주는 특징이 있다. 이를 ‘감칠맛’으로 표현하는데 1900년대 초 일본의 한 화학자가 글루탐산이 감칠맛을 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대량생산에 성공한 것이 그 유명한 아지노모토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칠맛은 MSG가 아닌 글루탐산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맛을 보다 효율적으로 값싸게 낼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 MSG라는 것이다.

MSG는 무해한가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 그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다만 대기업의 마케팅에 의해 씌어진 ‘무해하다’ 혹은 ‘유해하다’ 이분법적 사고 이면에 감춰진 MSG의 다양한 모습을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한다. 먼저 MSG는 글루탐산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나트륨을 합성했으니 다량 섭취하면 우리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리 없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기 때문. 그리고 직접 다시마나 고기 국물을 우리는 것과 달리 많이 넣는다고 그만큼 맛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칠맛이 너무 강해져서 원재료의 맛을 죽이는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같은 글루탐산이라 하더라도 천연 재료를 직접 사용하는 것과 맛의 깊이 면에서는 비교가 불가다. MSG가 부족한 감칠맛을 끌어올릴 수는 있으나 질 낮은 재료의 풍미를 살린다고 과신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MSG 무첨가’ 제품에 속지 않아야 한다는 것. MSG만 쏙 빠진 화학조미료 덩어리 제품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MSG와 같은 수준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핵산이나 효모 추출물, 식물이나 동물성 추출물 등 많은 복합 조미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MSG 하나를 피하기 위해 수많은 첨가물을 섭취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MSG를 선호하는 것도, 기피하는 것도 기업 이윤 추구 목적이 아닌 오롯이 소비자 본인의 판단에 의해서여야 할 것이다.
푸드에디터MJ
<우먼센스>, <레몬트리>, <여성중앙>,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에서 푸드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에이전시 올뉴코퍼레이션에서 푸드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태생적으로 입맛이 예민한 편이지만 10년 넘게 푸드 에디터로 생활하고 주부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그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1차 생산물을 구입할 땐 생산자를 꼼꼼히 따지고 가공품은 라벨부터 읽으며 맛간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세상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 넘치며 먹는 것을 사랑해 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최근 유튜브 채널 이미델리를 개설했다.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