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식품첨가물을 섭취할까. 회사 근처 식당에서 먹는 찌개 백반, 간식으로 먹는 편의점 표 음료와 디저트, 퇴근 후 간편식으로 한 끼를 때운다면 매일 최소 20~30가지의 첨가물을 음식과 함께 섭취하는 셈이다. 2009년 <식품 과학과 산업>에서 발표한 한국식품과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중 55킬로그램의 성인이 1년 동안 섭취하는 식품첨가물이 무려 24.69킬로그램이라고 한다. 식품의 질을 보존하고 상품 가치를 높일 목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됐던 식품첨가물은 처음부터 ‘악역’을 담당했던 것은 아니다. 의도에 맞게 사용되며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고 물가의 안정, 식량자원의 손실 방지에도 기여해왔다. 더 좋고 다양한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기대가 급속한 산업 발달과 맞물려 식품첨가물의 발전을 가속화 시켰고 현재는 기능에 따라 착색료, 감미료, 보존료, 산화방지제, 착향료, 산미제, 증점제, 팽창제, 표백제, 발색제, 산도조절제, 향미증진제 등 600여 종의 식품첨가물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값싸고 기능만을 향상시킨 첨가물이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것이다. 몇몇 기업은 이익 증대를 위해 필수 재료를 덜 사용하거나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하는 대신 필요 이상의 첨가물을 사용해 부족한 ‘맛’을 메운다. 제대로 된 토마토 케첩을 만들기 위해 토마토 10개가 필요하다면 토마토는 서너 개만 넣고 부족한 단맛을 감미료로 더하고 증점제를 사용해 점도를 높이는 식이다. 소비자의 모순된 행동 역시 첨가물 사용을 부축이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식품을 구입할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우선시하는 저렴한 가격, 간편한 조리법, 넉넉한 유통기한, 강한 맛은 대게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과는 상충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조리하는 수고로움을 최소화하면서 값싸고 맛있으면서 건강한 음식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식품 대기업은 첨가물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섭취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달리 보면 추후 결과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몇몇 타르계 색소처럼 처음에는 사용을 허가했다가 유해성이 입증되면서 사용이 중지된 첨가물도 종종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식품첨가물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제품 라벨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먹을 땐 먹더라도 무엇이 들어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다음번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또 가공 단계가 많을수록 첨가물의 종류와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급적 자연 재료로 만든 음식을 섭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공식품을 먹더라도 데쳐 먹기, 찬물에 헹구기 등의 과정을 거치면 첨가물 섭취량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특히 가공육은 끓는 물에 데쳐 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칵테일 효과(섭취한 첨가물이 다른 첨가물을 만나 가중되는 독성의 영향)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집에서만큼은 환경호르몬 없는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출처가 불분명한 식자재를 모두 퇴출시키고 유기농·축산물로 바꾼 지 만 1년이 다 되었다. 아쉽게도 난소의 혹이 사라지는 등의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더 악화된 것도 아니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몸이 바지런을 떤만큼 속(위와 마음 모두)이 편해졌고 비로소 음식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작은 실천이 우리 아이의 식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나아가 이렇게 하나의 작은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고 면이 되어 식품산업과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먹거리에 있어서 만큼은 몸이 고달플수록 우리 몸과 환경에 이롭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내 몸이 곧 내가 먹은 것들의 결정체라면 무엇으로 내 몸을 채울 것인가? 이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푸드에디터MJ
<우먼센스>, <레몬트리>, <여성중앙>,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에서 푸드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에이전시 올뉴코퍼레이션에서 푸드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태생적으로 입맛이 예민한 편이지만 10년 넘게 푸드 에디터로 생활하고 주부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그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1차 생산물을 구입할 땐 생산자를 꼼꼼히 따지고 가공품은 라벨부터 읽으며 맛간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세상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 넘치며 먹는 것을 사랑해 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최근 유튜브 채널 이미델리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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