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과 향신료를 찾아 스페인의 팔로스(Palos)항을 출발해 동쪽으로 향하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는 1492년 10월 12일, 지도에 없는 육지를 발견한다. 그는 이곳을 인도라고 생각했다. 콜럼버스의 착각 때문에 섬은 ‘성스러운 구세주’라는 뜻의 산살바도르(San Salvador)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섬이 속한 지역은 서인도 제도(Indias Occidentales)라 불리게 되었으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인디언(Indian)이라 불렸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에게 미개인이 사는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북미 대륙은 이후 100여 년간 어느 국가의 소유도 아닌 채 방치된다.
17세기부터 유럽 열강의 식민지 개척이 더욱 활발해졌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바다로 향했고, 아직 아무도 점령하지 않은 땅을 발견하면 새로 이름을 짓고 원주민에게 세례를 주며 정착민을 이주시켜 자국화하기에 바빴다. 무주공산으로 남아 있던 북미 대륙에도 유럽인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민간 차원의 식민 정책을 펼쳤는데, 종교적으로 시끄러운 문제가 이민으로 해결되고 식민지 개척을 통해 경제적 이득도 생기니 왕실에서 이를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영국 민간 선단은 합자 형태로 신대륙 개발에 투자를 했고, 1607년 4월 버지니아 회사(Virginia Company)가 현재 버지니아주에 거류지를 세우고 제임스타운(Jamestown)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영국의 북미 대륙 개척이 본격화되었다. 1620년 11월 21일 영국 청교도 102명을 태운 메이플라워(Mayflower)호가 영국을 출발한 지 66일 만에 오늘날 매사추세츠주에 속한 프로빈스타운(Provincetown) 항구에 닻을 내렸다. 이를 시작으로 영국인은 대서양 연안에 13개 식민 지역을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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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 정부는 북미 대륙에서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느라 재정난에 허덕였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1764년과 1765년 식민지 주민에게 설탕조례(Sugar Act)와 인지조례(Stamp Act)를 차례로 시행했는데, 그중에서도 식민지 주민에게 필요한 온갖 증명서와 허가증에 부과하는 인지세는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1년 뒤 인지조례는 폐지되었지만 그렇다고 영국의 재정난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13개 식민지에 동인도 회사의 홍차를 독점 수출하는 차조례(Tea Act)를 시행한다. 이는 결국 영국 정부에 대한 식민지 주민들의 반발심을 자극했고, 1773년 12월 6일,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위장한 이들이 보스턴 항에 정박해 있던 영국 동인도 회사(East India Company) 선박에 들어가 홍차 상자를 바다에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이 바로 미국의 독립전쟁의 불씨가 된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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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척박한 생활을 하던 식민지 사람들에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즐기는 티타임은 유일한 낙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차에 본국의 검은 뜻이 담겨 있음을 안 주민들은 분노했고, 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음료는 달라졌지만 차를 마시던 방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쓰고 강렬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 마신 것이다. 물은 커피의 씁쓸한 맛을 완화시키고 커피 본연의 향기는 도드라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했다. 13개 식민지 대표가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프랑스의 원조를 받아 미국의 독립을 이끈 이들이 마신 건 차처럼 연한 커피였다. 이를 본 일부 유럽인들이 ‘미국인이 마시는 커피’라 하여 카페 아메리카노(Caffe Americano)라고 부른 것이 바로 오늘날의 아메리카노의 유래다. 자유를 향한 식민지 주민들의 의지가 담긴 아메리카노는 오늘날 가장 많은 이가 즐기는 커피 음료로 자리 잡았다.
piux
브랜드와 커피에 진심인 카페지기,「커피오리진」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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