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지만 강렬한, 플랫화이트플랫화이트의 등장과 커피 문화의 흐름
piux23. 02. 03 · 읽음 696

“1980년대 호주에서 유래한 플랫화이트(Flat White)는 영국 커피전문점의 주메뉴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 있다." 2015년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스타벅스가 ‘플랫화이트’라는 음료를 론칭하면서 배포한 이 보도자료는 국가간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논쟁을 시작한 두 나라는 뉴질랜드와 호주. 두 나라는 예전부터 전통 요리의 기원에 대해 옥신각신 논쟁을 벌이곤 했다. 이번엔 커피 음료 하나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커피하우스를 운영하던 앨런 프레스톤(Alan Preston)은 자신이 ‘플랫화이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라며 나섰다. 그가 살던 퀸즐랜드에선 1960년대와 1970년대 사이 많은 카페가 ‘White Coffee - flat’이라는 에스프레소 음료를 제공했고, 시드니 서섹스 스트리트에 무어즈 에스프레소 바(Moors Espresso Bar)를 연 뒤 이에 착안해 플랫화이트를 선보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플랫화이트’라고 적힌 메뉴판을 찍은 1980년 사진을 근거로 들었다.

뉴질랜드도 이에 지지 않았다. 웰링턴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프랭크 맥킨즈(Frank McInnes)는 플랫화이트는 자신이 우연히 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89년 늦여름 윌리스 거리(Willis Street)의 카페 보데가(Café Bodega)’에서 카푸치노를 준비하다 실수로 거품을 충분히 내지 못했다. 음료를 주문한 손님에게 우유의 지방 함량이 낮아 거품이 적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며 “미안해요, 플랫 화이트가 됐네요.”라고 말한 것이 이 메뉴의 기원이라는 것.

ⓒ iStock/webphotographeer

한편, 호주 음식사학자 마이클 사이먼(Michael Symons)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로 이민을 온 이탈리아인에 의해 호주의 커피 문화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호주에서 처음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 이탈리아 스타일의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뉴질랜드는 1990년대까지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논쟁 자체가 잘못된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이 논쟁에서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은 플랫화이트가 1980년대에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탄생해 영국, 미국, 캐나다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플랫화이트는 라테보다 진하고 카푸치노보다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에스프레소보다 진한 리스트레도 도피오(2샷)을 기본으로 하고 라테보다 우유 양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팀 밀크 역시 입자가 곱고 미세한 마이크로폼(microfoam)을 사용해 부드러움이 배가된다. 한마디로 마이크로폼의 부드러운 질감과 그 아래 녹진하고 강한 맛의 커피의 대비가 플랫화이트의 매력. 

플랫화이트의 인기가 높아갈수록 뉴질랜드와 호주 간 논쟁도 계속되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만큼 커피에 올린 거품의 미세한 차이까지 까다롭게 구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고, 결국 커피라는 음료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커피 맛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프랜차이즈 브랜드보다 커피의 맛과 품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나 소규모 커피 브랜드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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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커피에 진심인 카페지기,「커피오리진」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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