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삽질>이라는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의뢰인의 요청을 받거나 정원이 필요한 곳에 방문해 직접 고른 식물로 정원을 꾸며주는 프로그램이다. 음악인 정재형 씨와 게스트들의 입담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언제나 배경에는 삽질의 연속인 가드닝의 현실적인 부분을 보여주어 공감 가는 프로였다. 한 에피소드에서 정원을 꾸미기 위한 다양한 식물을 사던 중, 몬스테라를 지나치며 이장원 씨가 이런 드립을 날렸다. “아니, 무슨 몬스터도 아니고!”

몬테라스, 몬테스라. 왠지 모르겠지만 몬스테라는 은근히 이름을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 식물이다. 하지만 단어 하나만 딱 연결해두면 이름을 정확히 떠올릴 수 있다. 바로 몬스터. 앞서 이야기한 예능 프로그램의 장면은 맥락상 대수롭지 않게 웃고 넘어가는 장면이었으나, 뜻밖에도 이장원 씨의 드립은 사실 그대로다. 식물의 학명 ‘몬스테라’와 영단어 ‘몬스터’는 둘 다 ‘기이한 것’ ‘괴물’을 뜻하는 라틴어 몬스트룸(monstrum)에서 파생되었다. 사실상 몬스테라가 곧 몬스터인 셈. ‘monster’에 ‘a’만 붙이면 바로 몬스테라가 되니 외우기 쉽다.

그런데, 요즘처럼 몬스테라와 가드닝이 대중화된 시점에서는 몬스테라라는 단어의 의미와 식물 몬스테라의 이미지가 쉬이 직관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양한 상품이나 콘텐츠를 통해 자주 접한 몬스테라의 이미지가 이미 너무 친숙해진 탓에 별로 기이해 보이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참고로 몬스테라의 어원인 ‘몬스트룸’과 영단어 ‘몬스터’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거대하다는 뜻도 있다. 식물원의 열대 온실에 가면 높은 천정을 향해 덩굴을 휘감고 오르는 몬스테라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실내에서 키우는 종인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도 식물원에서 자란 것은 잎사귀 너비가 거의 사람 한쪽 팔뚝만 하고, 거대한 면적에 걸맞게 잎이 수십 갈래로 찢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괴수도 이빨이나 촉수가 많고 세세할수록 더 징그럽게 느껴지듯이, 수십 갈래로 좍좍 찢어진 몬스테라 잎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들이 압도적인 괴수의 존재감을 느끼고는 괴물을 뜻하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식물성
여러 식물과 동거중. 책 <식물 저승사자>,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나는 식물 키우며 산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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