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빠져드는 감자의 매력감자는 골라 먹어야 더 맛있습니다
장민영23. 05. 03 · 읽음 2,472

기름과 만나면 향이 두 배 업그레이드되는 금선

버터 어디 갔어! 외치게 되는 남작

감자 특유의 흙내가 매력적인 은선 

보드랍고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울릉 홍감자

물에 빠져도 겉은 매끈하니 속은 포근포근한 하령

쫀득한 식감이 일품, 감자향까지 오래가는 추백

감자밭. ⓒ 장민영

감자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요? 이럴 땐 이 감자, 저럴 땐 저 감자.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약 7,000여 년 전, 페루의 남부에서 기원하여 안데스 산맥으로 전파되고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뻗어나간 감자는 척박한 땅에서도, 불리한 기상 조건에서도 상당한 양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과거 유럽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감자는 세계 4대 식량 작물로 손꼽힐 만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식자재인데요. 조선시대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는 감자는 가지, 토마토 등과 함께 가지과에 속하며 뿌리 같이 생긴 덩이줄기를 식용으로 합니다.

감자의 다양한 품종. ⓒ 장민영

수미, 금선, 금왕, 설봉, 다미, 은선, 남작, 하령, 두백, 추백, 대서, 남작, 홍감자, 대지, 홍영, 자영, 보라밸리, 수선, 고운, 대광…. 기억하기도 힘들만큼 다양한 품종의 감자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실제로 마트에서 마주하는 감자는 대부분 하지감자, 햇감자, 흙감자로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몇 해 전, 영국의 한 슈퍼마켓 감자 코너에서 ‘00 potato for chips’ ‘XX potato for mashed potato’ 등 품종에 따른 요리를 추천해주는 친절함에 반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일반적으로 이 같은 분류는 감자의 특성 중 익은 후의 입자가 분질이냐, 중간질이냐, 점질이냐에 따라 구분하게 됩니다. 분질 감자는 많은 분이 말씀하시는 포근포근 분이 나는 감자, 점질 감자는 매끈하니 입자가 곱고 분이 나지 않는 감자, 중간질 감자는 말 그대로 분질과 점질의 중간 특성을 가진 감자를 이야기합니다. 이 같은 분류는 감자를 익힌 후의 입자 크기에 따라 나뉘며 각각의 감자가 가지고 있는 전분량과 전분의 종류, 수분함량에 따라 판단을 폭을 넓히기도 합니다. 

정확한 용도를 두고 품종을 개량해 나오는 감자도 많습니다. 새봉은 튀겼을 때 좋은 색감을 가지게끔 당도를 낮추어 개량한 품종으로 수입 감자를 대체할 감자칩용 감자이며, 홍영이나 자영은 수분 함량이 높이고 건강에 좋은 안토시아닌을 함유한 감자 품종으로 생식용으로 개량한 감자입니다. 아는 만큼 맛있어집니다. 확고한 나의 음식 취향에 맞게 감자의 품종을 매칭한다면 음식을 먹는 재미도 배가 될 테지요.

감자 수확. ⓒ 장민영
감자 수확. ⓒ 장민영
감자 수확. ⓒ 장민영
감자 수확. ⓒ 장민영
감자 옹심이. ⓒ 장민영
감자 옹심이. ⓒ 장민영

감자 이야기에 강원도가 빠질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강원도의 시장에서는 감자전분을 이용해 만든 감자떡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놓치지 않고 드셔야 할 감자옹심이가 있지요. 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동그랗게 뭉치고 국물에 익혀낸 향토 음식입니다. 강릉에 위치한 감자연구소에 취재를 다녀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들르는 옹심이 집에서는 추백감자를 수북이 쌓아놓고 사용합니다. 쫀득한 식감과 국물에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감자향은 추백감자의 가장 큰 매력이랍니다. 

요즘은 재래종 감자, 신품종 감자, 외래종 감자 등 다양한 감자를 재배하려는 농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의 식탁은 수미감자 일색의 단조로움을 벗어날 수 있겠죠. “감자탕을 해야 하니 하령을 사야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요리하는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우리의 관심과 소비가 농부의 마음을 움직이고 농부의 움직임이 다양한 생명을 키워냅니다. 이렇듯 미식을 향한 우리의 호기심과 행동은 종 다양성을 지키는 원동력이 되고, 이렇게 지켜낸 자연은 우리의 삶과 미식 생활을 지속 가능하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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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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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탐험가 장민영은 세계 각 지역 의 음식과 식자재를 탐험하고 찾아나선다. KBS <한국인의 밥상>의 방송작가였고 지금은 김태윤 세프와 함께 서촌의 지속 가능 미식 연구소, 아워플래닛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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