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에는 무주로 달려간다. 반딧불이가 반겨주는 청정 숲에 들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높은 고지의 쾌적한 공기는 몸을 시원스레 감싼다. 적당한 농도의 초록은 눈을 촉촉하게 한다. 잣나무 고소한 향은 코를 자극한다. 울창한 가문비나무 숲멍은 마음을 달래준다. 덕유산 휴양림에서는 힐링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다.
무주는 고도가 높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스키장이 자리한 입지가 이곳의 자연환경을 말해준다. 청정지역에만 출몰한다는 반딧불이가 무주 마스코트이고 반딧불이 축제까지 여니 그 깨끗함은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 청정 무주에 중심처럼 너그러운 덕유산이 자리한다. 엄밀히 말하면 덕유산 자연휴양림은 덕유산국립공원 영역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그래도 4킬로미터 반경 안쪽이고 자연환경도 수려하니 그냥 덕유산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덕유산 자연휴양림은 아담한 편이다. 매표소 통과 후 산림문화휴양관이 우뚝 서 있다. 2층 규모의 휴양관은 4인실부터 8실까지 다양한 객실을 갖췄다. 휴양관 뒤편으로 숲속의 집과 연립동이 자리한다. 숲속의 집은 경사면에 자리해 위쪽 객실에 가려면 다리 운동이 좀 필요하다. 연립동은 두 채씩 나란히 들어앉아 있다. 객실은 대부분 4인실이지만 9인실, 10인실, 12인실 등의 큰 객실도 3채가 섞여 있다. 덕유산 휴양림 대부분의 객실은 붉은색 계열이라 초록빛 숲과 잘 어울린다. 연립동과 숲속의 집 사이, 화사한 철쭉 동산 안의 바비큐 장이 참 예쁘다. 불조심 기간만 아니라면 이곳에서 낭만 바비큐 타임을 즐길 수 있다.

덕유산 휴양림에는 캠퍼가 꿈꾸는 숲, 시원스러운 잣나무 숲 야영장이 있다. 숲속 수련장 앞의 다리를 건너면 야영장으로 올라간다. 주차한 후 수레를 이용해서 짐을 옮겨야 한다. 조금 번거롭지만 숲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수고라고 생각하자. 덕유산 야영장은 마치 동화 속 어느 마을처럼 신비롭다. 잣나무 아래 야영 덱 위, 다채로운 텐트들이 빛난다. 푹신한 잣 잎은 부드러운 쿠션감이 있어 편의시설을 오고 갈 때 기분이 참 좋다. 바람이 꽤 부는 날씨에도 잣나무 숲은 아늑하다. 은혜로운 야영장에 누구나 미소 짓는 풍경들이 가득하다. 운이 좋으면 반딧불이 축제를 가지 않더라도 야영장에 놀러 온 요정 같은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덕유산 휴양림에는 명품 숲이 있다. 바로 독일가문비나무 숲이다. 1931년경에 심어서 지금은 가장 오래된 외래수종 시험 조림지가 되었다. 원래 나무 명칭은 ‘노르웨이가문비’인데 일본이 독일이라 표기하는 바람에 ‘독일가문비’가 됐다는 사연이 있다. 나무껍질이 어두워 검은 피나무라고 불리다가 ‘가문비’가 됐단다. 덱 로드를 따라 오르면 금세 ‘숲멍’하기 좋은 무대 공간이 나온다. 쭉쭉 뻗은 가문비나무들이 공연하듯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곳에서 약 1.5킬로미터 정도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숲내음도 느껴보자.
휴양림 안의 등산로를 따라 해발 1,056미터 선인봉에 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여행객은 이곳에 머물 때, 덕유산 향적봉으로 향한다. 곤돌라의 힘을 빌려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으니 더 발길이 가는 건 당연지사. 산 정상보다 시원한 물소리 들리는 계곡이 좋다면 무주구천동을 찾으면 된다. 사계절 언제나 어머니처럼 안아주는 너그러운 덕유 품속이라면 어디든 좋지 않을까?
루피맘
행복한 휴양림, 캠핑 여행의 전도사이자 여행 작가로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발도장을 찍고 있다. 저서로 < 우리는 숲으로 여행간다 > < 캠핑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 < 숲에서 놀자 >(공저) 등이 있으며, 각종 매체에 숲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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