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 홍차와 밀크티의 도시라고요? 물론 사실이지만, 의외로 커피 문화 또한 역사가 깊습니다. 근대화 시기, 영국의 지식인들은 런던의 커피하우스에서 최첨단 정보와 지식을 공유했습니다.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당시 커피 한 잔 가격(1페니)로 새로운 문물을 익히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로 ‘1페니 대학교(Penny universities)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죠. 런던 최초의 커피하우스 로이드(Lloyd)는 지식인들의 토론 끝에 스타트업 기업(당시에는 최첨단)으로 변신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선박보험 회사 로이드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거든요. 현재 런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런던의 커피하우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런던의 현지인에게 오랫동안 최고의 평가를 받은 곳은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옆에 위치한 노츠 커피(Notes Coffee)입니다. 제임스 호프먼(James Hoffman)이 이끄는 스퀘어 마일 커피 로스터즈(Square Mile Coffee Roasters)나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가 창업한 프루프록 커피(Prufrock Coffee) 등도 훌륭하지만, 런더너가 사랑하는 내셔널 갤러리와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에서 가까운 위치, 맛있는 커피와 음식 덕에 오랜 시간 최고의 카페로 손꼽혀온 곳입니다. 이곳에선 카페라테나 플랫화이트 같은 밀크 커피를 추천합니다. 에스프레소 더블샷에 소량의 스팀밀크를 올린 진득한 플랫화이트는 호주에서 즐겨 마시던 커피였는데, 영국으로 넘어와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국내에도 센터커피 박상호 바리스타를 통해 플랫화이트가 좀 더 널리 퍼졌지요. 노츠의 플랫화이트가 특별한 이유는 품질 좋은 스페셜티 커피와 우유 때문입니다. 노츠 커피에선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 메뉴에 저지 품종과 홀스타인 품종의 우유를 블렌딩한 스페셜티 커피 밀크를 사용해서 커피 본연의 향미를 한층 끌어올리고 단맛과 고소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에요. 밀크커피만큼은 세계 최고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노츠 커피는 커피 음료 외에 수준 높은 음식으로도 유명합니다. 저녁에는 간단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비스트로로 변신하지요.

두 번째로 추천하는 런던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은 옥스퍼드 스트리트(Oxford Street) 뒤편에 위치한 카페인(Kaffeine)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세계 최고의 카페 25곳’ 중 하나로 선정한 곳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선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의 카페’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화되었죠.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과장된 표현이 불편했습니다만, 현지에서 카페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입니다. 실제로 커피도 훌륭하고요. 카페인은 런던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스퀘어 마일 커피 로스터즈의 원두를 사용합니다.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출신으로, 스페셜티 커피의 최고 실력자이자 로스터로 자타 공인하는 제임스 호프먼이 있는 스퀘어 마일은 화려한 향미와 질감, 밸런스, 애프터, 단맛까지 모든 커피가 압도적으로 훌륭합니다. 한때 런던의 커피 매장 대부분이 이곳 원두를 사용할 정도였죠. 런던의 커피 산업이 확장하면서 최근에는 독자적으로 로스팅을 하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카페인은 브루잉 커피, 에스프레소, 밀크 커피까지 모두 훌륭하고, 간식거리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맛있는 커피와 항상 친절하게 손님들 맞이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좋은 카페입니다.
마지막으로 카페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어텐던트 커피 로스터즈(Attendant Coffee Roasters)를 추천합니다. 피츠로비아(Fitzrovia) 지역에 위치한 매장은 빅토리아 시대부터 사용하던 공공 화장실을 2년 동안 레너베이션해 오픈한 곳으로, 독특한 바이브, 활기 넘치는 바리스타, 멋진 커피 덕분에 런던의 스페셜티 커피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브라질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와 코코넛 밀크 카페라테를 추천해요. 브라질 라 에스메랄다 농장(Hacienda la Esmeralda)의 싱글오리진 커피는 이전에 맛본 브라질 커피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었고, 지역 유기농 매장에서 생산한 코코넛밀크를 이용한 카페라테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이니 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런던의 명소는 내셔널 갤러리입니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르네상스 회화부터 렘브란트가 말년에 남긴 작품,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 고흐의 해바라기와 의자, 모네의 수련까지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고 난 뒤 위에 소개한 카페 중 한 곳에서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면 완벽한 여행 코스가 아닐까요?
심재범
실시간 커피 트렌드, 커피 칼럼니스트. 책 카페마실,동경커피,교토커피, 스페셜티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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