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꽃을 피우는 토종 무궁화가 있다?제주에 자생하는 노란 무궁화, 황근의 정체
조현진22. 12. 08 · 읽음 57

이 주에 한 번씩, 라디오에서 식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무궁화를 다루면서, 우리나라의 상징화인 무궁화는 의외로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으며 중국 남부 원산인 외래종이라는 점을 말씀드렸지요. 상식과는 다른 내용 때문이었는지 문자로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요, 그중 방송에서 대답하지 못해 아쉬웠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제주도에 노란색 꽃을 피우는 토종 무궁화가 있다는 내용을 들었는데, 정말 무궁화가 외래종이 맞느냐는 것이지요. 이 글을 통해서 그 분께 늦은 답을 전할까 합니다.

ⓒ 조현진

노란 무궁화는 황근이란 식물이며 무궁화와는 다른 종이다

‘노란색 꽃을 피우는 토종 무궁화’라고 불리는 식물은 무궁화가 아닌 황근입니다. 황근은 꽃잎 다섯 장과 꽃송이 중앙에 위치한 수술과 암술, 거기에 키가 그리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라는 점까지 무궁화와 꼭 빼닮았습니다. 분류상 무궁화속에 함께 들기 때문에, 형제만큼이나 가까운 식물이기도 해요. 그렇지만 학명을 살펴볼까요? 무궁화는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이고 황근은 히비스쿠스 하마보입니다. 둘이 다른 종소명을 가졌으므로, 서로 종이 다른 별개의 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답이 의아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황근을 ‘노란색 토종 무궁화’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는 황근이 무궁화와 같은 종이라는 뜻은 아니고, 우리에게 낯선 황근이라는 식물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우선 황근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누를 ‘황’ 자에 무궁화 ‘근’ 자를 쓰므로 노란 무궁화라는 뜻으로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속의 식물들은 많은 특징을 공유하는 형제인 만큼, 하나의 대표 명칭으로 불리곤 해요. 나리 속에 드는 식물들을 ‘나리’로, 참나무 속에 속한 여러 나무를 ‘참나무’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마찬가지로 무궁화 속에 드는 황근도 대표 명칭인 ‘무궁화’라고 부를 수 있기에, 노란 꽃을 피우는 토종 무궁화라고 소개한 것입니다.

무궁화는 외래종

앞서 황근은 무궁화와 꼭 닮았다고 말씀드렸지만, 차이점 또한 많습니다. 붉은 계통의 무궁화와 달리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연노랑 빛 꽃잎을 가졌지요. 또, 무궁화 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뒷면이 연두색인 반면, 황근의 잎사귀는 가로로 뚱뚱한 원형에 가깝고 뒷면은 희끗합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는 대신 전국에 흔히 심어 가꾸지만, 황근은 제주도와 전남 일부 섬에 자생하며 내한성이 약해 겨울이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기릅니다.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으로 사랑을 받는다면, 황근은 1998년부터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식물이란 점도 다릅니다. 황근의 주 자생지는 제주도 바닷가인데, 이곳에 해안 도로가 들어서면서 개체 수가 많이 줄었거든요. 다행히 2003년, 민간단체인 제주자생식물동호회에서 황근 복원을 시작한 이후 국립생물자원관, 여미지식물원, 제주특별자치도 및 환경 단체 등에서 황근을 심어 가꾸었고, 지금은 멸종 위기 야생 생물 지정 해제 논의가 나올 정도가 되었다고 해요.

무궁화와는 꽃, 잎사귀, 자생지 모두 다르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식물도 아니며, 이제 막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관문 앞에 서 있는 황근. 황근은 노란 무궁화로 부를 수 있지만, 나라꽃 무궁화와는 별개의 종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는 외래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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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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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풍경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조경학을 전공했다. <식물 문답>을 출간했고, <환경과 조경>에 ‘풍경 감각’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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