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이 풀을 따다가 반지, 팔찌, 화관 등을 만들며 놀기도 했다. 다양한 들풀 사이에서 어린이 눈에도 왠지 무해해 보이던, 유난히 공원에서 많이 보게 되는 식물. 행복이나 행운뿐 아니라 국가나 종교적인 상징을 갖기도 하는 토끼풀이다.
토끼풀(Trifolium repens)은 유럽에서 온 콩과 식물로, 영어로 클로버라고 한다. 목초지에서 가축의 먹이로 쓰였고, 여린 잎은 차가운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토끼풀속을 가리키는 트리폴리움(Trifolium)이라는 단어 자체가 세 장의 잎이라는 뜻으로, 흔히 세잎클로버라고 부르듯 세 장의 잎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선 이 풀을 토끼에게 먹였다고 해서 ‘토끼풀’이 되었다.

그런데 토끼풀은 왜 유난히 공원에서 자주 보일까? 토끼풀은 고도가 높지 않은 평지에서 자라는 특성이 있다. 각 개체의 줄기 마디에서 지하로 뿌리를 내며 번식해 옆으로 번지듯이 자라며 지면을 덮는다. 이렇게 자라는 토끼풀은 쉽게 퍼지고 잘 제거되지 않아 잡초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지만, 양분이 부족한 토양의 생태에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토끼풀(을 포함한 콩과 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질소를 내뿜으면서 자기 자신은 물론 이웃한 식물의 생장을 돕는 것이다.
이런 기여 때문인지, 아니면 귀여운 외양 때문인지 토끼풀은 오래전부터 긍정적인 상징을 갖고 있다.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하며, 돌연변이로 드물게 태어나는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고, 더 희귀한 다섯 장 이상의 클로버부터는 잎 개수마다 나름의 상징이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서양 문화에서는 종교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세 장의 잎은 기독교에서 삼위일체를 상징하고, 아일랜드 주요 기념일인 성 패트릭의 날에는 각각 애정, 무용, 기지를 나타낸다고 한다.

클로버의 상징을 살피다 보니 어째서 식물에 특정한 의미나 상징을 부여하는지 궁금해진다. 그 많은 식물은 왜 하나하나 꽃말이 있는 걸까? 꽃말 문화는 수천 년 전 중동에서 상대와 은밀한 암호를 주고받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18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식물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꽃말 문화가 폭발적으로 유행해, 특히 왕정에서는 드러내지 못하는 속마음을 꽃다발로 전했다고 한다. 해석이 필요한 상징 언어는 현대에 와서 한가로운 낭만으로 오해받기 좋지만, 과거엔 오히려 현실을 담는 명료한 언어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쓴 필자도 누군가 코팅해서 준 네잎클로버 책갈피를 버리지 못하고 책장 사이에 잘 모셔두고 있다.
식물성
여러 식물과 동거중. 책 <식물 저승사자>,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나는 식물 키우며 산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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