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도 꽃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 주는 식물이 있다. 바로 칼라디움이다. 이 식물은 여름에 시원스럽고 화려한 잎들로 공간에 풍성함과 청량감을 더한다. 칼라디움은 라틴어로 ‘말레이’를 뜻한다. 하지만 실제 원산지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같은 중남미 지역이다. 종명인 비콜로르는 두 가지 색을 뜻하는데, 칼라디움이 지닌 다채로운 무늬 때문이다. 1,000여 품종이 넘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어느 하나 얌전하게 생긴 것이 없다. 크기뿐 아니라 색깔의 조합이 매우 다양한 이들은 모두 중남미 지역에 자생하는 14종의 칼라디움 원종들로부터 개량 육종된 품종들이다. 칼라디움 자생지 중 하나인 플로리다 지역에서는 매년 7월 마지막 주 칼라디움 축제를 벌인다.
칼라디움의 잎은 대개 토란 잎처럼 시원하게 펼쳐지며 살짝 고개를 떨구기 때문에 어느 곳에 감상하기에 딱 좋은 각이다. 좋은 점이 또 있다. 알로카시아나 안스리움 같은 잎은 빛이 잘 투과하지 않아 약간 답답한 감이 있는 데 반해, 칼라디움은 빛을 투과시켜 그 무늬와 색깔의 아름다움을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 선반이나 책장 위 등 약간 높은 위치에 두어도 좋은데, 위에서 비치는 조명 빛이 잎을 통과하며 산란하여 칼라디움 특유의 화려한 색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마치 바닷가 휴양지에 온 듯 시원함과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이러한 트로피컬 색상은 주로 붉은색으로 강렬하지만 흰색과 초록색, 분홍색이 절묘하게 섞여 있어 예술적 감성까지 불러 일으킨다. 사방으로 정교하게 얽히며 뻗어 있는 붉은색 잎맥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굵직한 선으로 된 주맥은 마치 큰 강의 물줄기처럼 잎의 가장자리를 향해 흐르고, 그 사이사이로 측맥들이 가늘고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다. 잎줄기가 연결된 부위는 약간 움푹 패여 마치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분화구 같기도 하다.
이렇게 칼라디움의 잎에 생기는 무늬는 키메라의 일종이다. 즉 두 가지 이상 다른 세포가 발현되는 현상인데, 이것은 이 식물이 진화를 통해 개발한 고도의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해충과 초식동물을 멀리하기 위함이다. 잎에 복잡한 색깔과 무늬를 만들어 마치 자신이 잎나방벌레의 피해를 입은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원래 녹색이어야 할 잎의 일부가 흰색과 붉은색을 띠도록 하면 그만큼 광합성을 못하게 되어 식물체 입장에서는 손해인데, 그로 인해 해충 피해는 12배 가량 더 줄어든다고 하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셈이다. 식물은 뇌가 없지만 저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교 스테파노 만쿠소 박사 연구팀의 견해다. 그도 그럴 것이 동물과 달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정해진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에게는 동물보다 훨씬 예민한 감각과 복잡한 전략이 필요하다.

칼라디움을 잘 키우려면, 원래의 고향 환경에서 자라는 습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칼라디움은 덩이줄기라는 것을 알아 두자. 토란 같은 알줄기, 양파 같은 비늘줄기와 달리 덩이줄기는 감자처럼 많은 눈이 생겨나고 거기서 싹이 나고 줄기와 뿌리가 나온다. 칼라디움은 낮이 길고 기온이 높은 계절 동안엔 왕성히 자라다가 해가 짧아지고 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엔 휴면기로 접어든다. 그러므로 생장기 동안엔 토양을 촉촉하게 유지해 주면서 분무도 자주 해주는 것이 좋고, 가을에 칼라디움의 생육이 더뎌지고 겨울에 잎이 좀 사그라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동절기인 4-5개월 동안엔 다소 건조하게 관리하며 잠을 재우면 된다. 한창 새잎을 올리는 생장기 동안 낮에는 21-24도, 밤에는 15-18도 온도가 가장 적당하다. 그래서 야외에서 기르고자 한다면 6월 중순 이후가 적당하고, 화분에 심어 관리하면 화분 속 토양이 더 빨리 데워져서 좋다. 땅에 심을 땐 7-8센티미터 깊이로 심고 수분이 유지되도록 토양 주변에 멀칭을 한다. 칼라디움은 햇빛에 강한 품종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늘과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전반적으로는 최소한 4시간 이상 직사광선이 아닌 밝은 빛을 받으면 좋다. 거름은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거름을 많이 주면 잎이 탈 수도 있다. 완효성 비료나 약한 액비를 자주 주는 게 좋다.
칼라디움은 식물체에 독성이 있으므로 반려식물과 어린이가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심한 바람과 돌풍을 싫어하므로 위치를 잡을 때 이 점을 유념해 주는 것이 좋다. 기나긴 여름 동안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짜증이 나고 매사에 의욕도 나지 않을 때, 칼라디움 같은 식물들을 곁에 두고 자주 보다 보면, 그 잎이 뿜어내는 열정과 생명력이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칼라데아나 콜레우스도 칼라디움과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는 식물들이니 함께 키워 보는 것을 추천한다.
박원순
서울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후 미국 롱우드가든에서 국제정원사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델라웨어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를 전공했다. 제주 여미지식물원, 에버랜드 꽃축제 연출 기획자를 거쳐 현재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에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지은 책에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다.
댓글 60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