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옥엽의 ‘옥엽’이 실제 식물이라고요?정수진 작가가 들려주는 식물 이름의 뒷이야기.
식물성23. 05. 21 · 읽음 991

유독 잎이 반지르르한 식물이 있다. 어떤 식물이든 대부분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 잎은 오래된 잎보다 훨씬 광이 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광 나는 식물’은 잎 전체에 반짝반짝한 윤기가 도는 식물을 말한다. 예를 들면 소철 잎이 그렇고, 호야나 다육 식물인 염자의 잎에도 광이 있으며, 호랑가시나무나 꽝꽝나무, 사철나무 같은 야생 식물은 광이 나면서도 단단한, 소위 말해 ‘두꺼운 가죽질’ 잎을 갖고 있다.

필로덴드론 콩고. ⓒ 식물성
필로덴드론 콩고. ⓒ 식물성
금전수. ⓒ 식물성
금전수. ⓒ 식물성

그중 다육 식물인 염자는 화원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흔한 관상식물이다. 그만큼 많은 환경에 잘 적응하고 키우기 쉽다. 잎이 반드르르해서 자주 닦아줘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염자(艶姿)는 한자어로 아리따운 자태를 뜻한다. 영어로는 ‘Jade plant’다. 반짝이는 녹색 잎을 옥에 비유한 것이다. 옥은 신라시대 왕의 금관 장식과 중국의 옥새를 만든 재료인 만큼 아시아 문화권에선 가장 귀한 보석으로 취급했고 서양에서도 복이나 좋은 기운을 상징하는 보석이었다. 친숙한 고사성어인 금지옥엽(金枝玉葉)은 금으로 된 가지, 옥으로 된 잎이라는 뜻으로, 오랜 과거엔 임금의 가족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귀하게 기른 자식’을 칭할 때 쓴다. 요즘엔 ‘금쪽이’로 더 줄여 부르긴 하지만. 어쨌든 ‘Jade plant’는 할 수 있는 한 최상급의 뜻을 부여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별명이다.

그렇다면 몇몇 식물이 광택을 띠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잎에 광택이 있으면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환경에 적응한 식물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온도가 높고 건조하며 비가 자주 오지 않는 곳에 사는 다육 식물과 착생 식물, 혹은 건기와 우기가 나뉘는 열대의 관엽 식물이다.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 예기치 않은 고행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 잎에 스스로 코팅을 입혀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최대한 몸에 물을 가두는 것이다. 호야 종류 대부분은 다육질 잎에 광택을 띠고 있어 왁스 플랜트(Wax plant)라고 부른다. 금전수는 엄청난 수분 저장고인 덩이뿌리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관상식물 중에서 독보적인 광택을 자랑하는데, 이 식물이 얼마나 건조한 지역에서 살았을지 가늠되지 않을 정도다.

염자. ⓒ 식물성
염자. ⓒ 식물성
고무나무. ⓒ 식물성
고무나무. ⓒ 식물성

두 번째는 추운 곳에서 넓은 잎으로 생존해야 하는 상록 활엽수다. 겨울에 땅이 얼어서 수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때를 대비해, 침엽수는 잎의 면적을 최소화하고, 활엽수는 코팅이 된 잎으로 수분 증발을 최대한 막는다. 생각해 보면 한겨울 서울에서 경이로운 초록색 잎을 자랑하는 사철나무는 영하 10도 아래에서도 반짝이는 초록 잎을 유지하는데 그 잎의 반짝임도 이런 전략이었구나 싶다.

빛나는 초록 잎, 옥엽이라고 부를 만한 우리 집 식물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내 정원엔 커피나무의 잎이 옥엽에 가깝지만, 귀하게 키웠다는 의미로는 오래 수고를 들인 또 다른 식물을 옥엽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자분들의 정원에 있는 옥엽이는 누구인지 궁금하다.

ps. 그리고 혹시 여기에 언급된 식물을 키우는데 광택이 희미해졌다면, 실내에서 먼지를 타며 사는 관상식물의 숙명이라 보면 된다. 주기적으로 잎을 젖은 천이나 티슈로 닦아주면 건강한 반짝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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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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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식물과 동거중. 책 <식물 저승사자>,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나는 식물 키우며 산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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