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키워내니 더 맛있습니다도시 여자의 텃밭 도전기 7편, 채소 레시피
조선혜23. 06. 27 · 읽음 2,101

언제 먹어도 좋은 토마토

일반 토마토 모종 2개로 시작한 토마토는 일주일에 한 번 수확하러 갈 때마다 감당이 안 될 만큼 자라 있었다. 색색의 방울토마토를 바구니에 가득 담고 나면 거침없이 강렬한 생명력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 모양을, 색을, 빛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여름 열기에 뚝뚝 떨어지는 땀도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으니 수확의 기쁨은 생각보다 크구나, 했더랬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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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빨강, 주황. 세 가지 색의 방울토마토 중 주황색 방울토마토가 단연 잘 자랐다. 색만 다른 게 아니라 종도 다른 건지, 껍질이 단단하고 색이 일정하며 곪은 데 없이 고운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었다. 지역 오일장에서 산 모종이라 정확한 모종 이름도 알 수 없고 내년에 다시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같은 날 심어 같은 위치에서 태양을 보고 같은 양의 물을 마시며 자란 작물도 생산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참고로 처음에 샀을 땐 붉은색 모종이 가장 컸다.

잘 익은 토마토를 집에 가져오면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이 토마토를 어떻게 먹으면 가장 좋을까?” 물론 여름의 열기를 가득 담은 토마토를 밭에서 따자마자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즙을 호로록 들이 마실 때가 가장 좋지만, 선 자리에선 토마토 1개면 충분하다. 남은 토마토를 먹을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토마토는 카프레제 샐러드, 홀토마토 소스 등 활용도가 높다. 언제 먹어도 좋지만 제철인 여름엔 특히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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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

잘 익은 토마토와 가지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궁합

한입 가득 맛보면 건강한 채소 육수 맛이 듬뿍 느껴진다. 뜨거운 토마토소스 때문에 땀이 뚝뚝 떨어지지만, 그 진한 맛을 한번 보고 나면 프라이팬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멈출 수 없다.

- 밭에서 따온 토마토와 가지, 마트에서 사 온 주키니호박을 두께감 있게 편썰기 한다.

- 홀 토마토와 양파, 마늘을 볶아 소스를 만든다.

- 가지와 호박을 그릴 팬에 구우며 소스가 잘 배도록 한다.

- 구운 가지, 호박, 토마토를 작은 프라이팬에 겹겹이 쌓은 다음, 소스를 적당히 졸인다.

- 파르마산 치즈를 갈아 더한다.

- 약불에 기름 없이 구운 토르티야 위에 올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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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마리네이드

입맛 없는 여름, 최고의 애피타이저

매년 여름 냉장고에서 빠지지 않는 것. 바로 토마토 마리네이드다. 식사 전 시원한 토마토 마리네이드 두세 알을 입안 가득 넣고 먹는다.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있다. 절인 토마토는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싱싱한 맛이 난다. 껍질을 다 제거해 입안에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고, 상큼한 식초와 아삭한 양파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 십자 칼집을 낸 방울토마토를 뜨거운 물에 담갔다 뺀 다음 껍질을 제거한다. 어차피 절일 거니 조금 상태가 안 좋아도 괜찮다며 쓰지 말 것. 상태가 안 좋은 방울토마토는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 치우는 게 차라리 낫다.

- 다진 양파, 월계수 잎, 레몬즙, 발사믹 식초, 설탕을 적정량 섞는다.

- 껍질을 제거한 방울 토마토와 만들어 둔 소스를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넣고 섞는다.

- 냉장 보관을 하고 하루 이틀 지난 후 몇 개씩 덜어서 입맛이 없을 때 먹는다.

민트의 쓸모

텃밭 가득 허브가 자란다. 어릴 적 키워본 유일한 허브인 민트는 이후로 뇌리에 박혀 허브 하면 민트를 떠올릴 정도였다. 텃밭에 허브를 심기로 정한 순간부터 민트는 1순위였다. 목적도 흥미도 딱히 없었지만 당연하게.

민트, 로즈메리, 딜, 고수, 이탤리언 파슬리. 다섯 종류 허브를 심었는데 그중에서도 민트는, 뭐랄까, 내 입장에선 도통 쓸모가 없었다. 밭에 가도 수확하지 않다가 쿠바식 텃밭 상자 하나를 가득 덮을 정도가 되어서야 이 풀의 쓸모를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은 모히또였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방법이다. 많은 양의 민트를 단번에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민트를 빻아 모히또를 만들어보니, 텃밭이 없었다면 절대 직접 만들어 먹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히또 500밀리미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민트가 들어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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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두 줌, 레몬즙, 탄산수만 있으면 모히또를 만들 수 있다. 식사에 곁들일 거라 럼은 추가하지 않았고, 라임은 레몬으로 대체했다. 정통 쿠바식이라기보단 ‘야매 모히또’ 정도 되겠지만 그걸로 충분할 만큼 훌륭한 맛. 상큼하고 개운해서 주꾸미 파스타에 잘 어울렸다.

민트 두 줌을 빻고 나니 돌연 민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에 민트를 넣어 마시기. 기분을 내는 것으로, 향기만 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파리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먹어야만 잘 먹는 건 아니니까. 재료 10개에는 저마다 열 가지 사용법이 있을 테니까.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 의미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능하면 그런 일을 하는 게 좋은 것 아닐까 하는 편견이 내 안에 늘 있었던 것 같다. 대단해 보이지 않아도 의미 있는 작은 쓸모를 하나씩 찾아가는 일. 민트의 쓸모를 찾으며 배운 또 하나의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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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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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처럼, 평범한, 이 시대의 한 사람. 느루라는 이름으로 브런치를 운영하며, 에세이집 <비로소>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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