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 땐, 온라인 쇼핑을 하다 잠이 드는 것이 낙이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을 대개 옷 쇼핑으로 달래기 일쑤였다. 10~20대에는 옷이나 이불에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못 견뎠다. 서울의 작은 집에 살 때, 집을 비울 때마다 이불을 빨아 널고 나가는 습관이 있었다. 그때는 여름을 참 좋아했는데, 이불 빨래하기에도 좋고 수박을 먹을 수 있어서였다.
2007년쯤이었나. 핸드폰 수리를 맡기러 AS 센터를 찾았다. ‘ECO’라는 단어가 들어간 매거진에서 허브로 세제를 만드는 기사를 읽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매거진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매거진에는 허브를 숙성시켜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만드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 당시 10대였던 나는, 20대엔 허브로 세탁 세제나 섬유유연제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는 주부로 사는 게 꿈이었다. 주부가 된다면, 3~5년간 숙성시켜야 하는 허브 세제처럼 고추장, 된장, 간장과 같은, 오랜 시간 길들여 맛과 향을 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세제 만드는 법을 적어둔 노트를 얼마 후 잃어버렸고 나의 기억력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뒤로도 비누,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를 만들어 봤지만, 아쉽게도 허브의 향이 옷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세제는 만들지 못했다. 대신 허브가 가진 다양한 기능을 세제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종종 다양한 허브 증류수로 손빨래용 섬유유연제를 만들곤 한다.
상큼한 레몬향과 시원한 바질 향이 잘 어우러지는 레몬바질은 섬유유연제에 활용하기 아주 좋은 허브다. 씨앗에서도 레몬향이 나기 때문이다. 레몬바질은 일반 바질보다 잎이 작고 옆으로 풍성하게 자라며 꽃을 피우기가 어렵지 않아 씨앗을 받기에도 쉽다. 씨앗은 디저트나 음료에 활용해도 좋다.

레몬바질 섬유유연제
재료 : 레몬바질 50g, 증류수 500ml, 구연산 50g
1. 뜨거운 증류수를 레몬바질 50그램에 붓는다.
2. 30분 뒤 허브를 걸러내고, 구연산을 넣는다.
3. 잘 섞어준 뒤 통에 담아서 3개월 이내(여름에는 1개월 이내)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옷감이 마른 뒤에 잔향이 없기 때문에 무향 섬유유연제나 손빨래용으로 활용하면 좋다.
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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