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풍미, 레몬버베나 싫어하던 것도 좋게 만드는 허브의 매력 
노디23. 07. 03 · 읽음 188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호주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오후 5시면 모든 하루 일과를 마치는 호주에서는 하우스 파티가 일상이었다. 호주 사람들에게 한국 보드카인 소주는 반응이 꽤 좋았는데,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나는 자주 만취 상태가 되었다. 한 번은 술이 얼큰하게 오른 채 건네받은 오렌지주스를 아무 생각 없이 마셨다가 게워내고 말았다. 사촌 언니들은 당시 스무살이던 나를 씻기고 재우느라 신년 카운트다운도 놓쳤다.

원래 나는 오렌지주스를 싫어했다. 어린 시절, 우리 사 남매는 델몬트 오렌지주스 앞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 치열했던 쟁탈전 틈에서 나만 오렌지주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오렌지주스를 싫어하던 나는 호주에서의 추억(?)을 계기로, 모든 시트러스 계열을 멀리했다. 시트러스 계열을 보기만 해도 왠지 속이 안 좋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지인에게서 너무 좋은 향기가 나길래 무슨 향수를 쓰느냐 물었다. 록시땅의 ‘버베나 오 드 뚜왈렛’이라고 답했다. 그게 레몬버베나와의 첫 만남이다. 농장에서 직접 길러보니 레몬버베나는 록시땅의 향수를 능가했다. 짙은 청량함을 가진 이 향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잘라내면 금방 숨이 죽어 배송이 어려웠다. 그래도 향기만은 전달하고 싶어 채소 박스에 꾹꾹 눌러 담았다. 더운 지방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겨울을 나기는 어렵지만, 잎이 무성하게 잘 자라는 짧은 여름 시즌만이라도 레몬버베나의 진한 향기를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 노디 

레몬버베나 복숭아 

재료 : 레몬버베나 10잎, 얼그레이 홍차잎 3g, 복숭아 1개, 꿀(생략 가능)

1. 복숭아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레몬버베나를 잘게 찢어 얹는다. 

2. 홍차잎을 손으로 부셔 가루처럼 복숭아 위에 뿌린다. (복숭아 당도가 높지 않다면 꿀을 살짝 뿌려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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