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나물의 정의채소를 부르는 단어부터 종을 분류하는 방법까지 
정혜경23. 02. 01 · 읽음 1,746

나물은 무엇이고, 채소는 무엇일까? 오늘날 흔히 혼용해 쓰이고 있는 채소와 나물을 제대로 정의해 보려고 한다. 한자로 채소(菜蔬)라고 쓰고, 소채(蔬菜)라고도 하며 야채(野菜), 혹은 채마(菜麻)라고도 한다. 순우리말로는 푸성귀나 남새로 불린다. 채소의 활용법 못지않게 채소를 가리키는 단어도 다양하다. 사람이 가꾸어 기르거나 저절로 온갖 나물을 말하는푸성귀’, 심어서 가꾸는 나물인채마또는남새 구분한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게 가장 친숙하면서 널리 쓰이는나물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흔히 채소를 가리켜 나물이라고 하고, 조리한 채소 반찬을 보고도 나물이라고 한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나물은 통상적으로 먹을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고 또는 이것을 조미하여 무친 반찬 말한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한국인은 나물을 사람이 먹을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삶거나 볶거나 또는 날것으로 양념하여 무친 음식 인식한다

iStock 

조선 황필수(1842-1914) 각종 사물의 명칭을 고증하여 1870년에 펴낸 책인 <명물기략(名物紀略)>에서 나물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자. “채소는 중에서 먹을 있는 것으로, 속언(俗言)으로라물(羅物)’, ‘나물이라 한다. 이는먹을 있는 비단과 같은 물건이라는 의미다.”라고 했다. 한민족이 가장 흔하게 먹어 나물은 의외로 비단과 같은 귀한 물건이었다고 것이다.  나물은 한자어로는()’라고 한다. ()백채총명(百菜總名)’이라고 하여 백가지 (나물) 이르는 이름이라고 것이다

© Onder Ortel on Unsplash 

그렇다면 채소와 나물은 어떻게 다른가? 나물은먹을 있는 풀을 재료로 하는 밥반찬이라는 점에서 푸새나 푸성귀 같은 채소와 같다고 보기도 하고, 채소와 달리 밥반찬으로 국한된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민족은 어떤 채소를 나물로 먹어왔을까? 조선시대 조리서에 등장하는 채소는 오이·아욱·가지·고구마 ·상치·두릅·부추·송이·구기·원추리·죽순·국화 ·참버섯 등으로, 이들을 통틀어 소채(蔬菜)라고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라는 글자는 채소를 뜻하는소채(蔬菜)’로도 쓰이고, ‘반찬(飯饌)’ 뜻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한국의 고문헌을 살펴본 결과, 채소를 뜻하는 단어로는 소채(蔬菜) 가장 많이 나오는데, 밖에 채소(菜蔬)라는 단어와 야채(野菜)라는 단어도 등장한다. 그러니 용어들은 과거부터 함께 쓰인 것이다일제강점기 문헌에서도 소채로 기록을 많은 것으로 보아, 이후 채소라는 표현으로 정착된 듯하다. 그러나 확실한 시기는 없다.

야채는 정말 일본식 표현일까원래 채소는 먹을 있는 전체를 가리키는데, 그중 야채는 집에서 재배하는 채소가 아니라 들에서 저절로 나는 풀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상용하는 한자 수가 적어()’라는 한자가 없기 때문에 채소 대신 야채라는 한자를 사용해왔다. 그래서 야채를 일본어 표현이라고 생각하게 것이다. 조선 시대의 많은 문헌에도 야채라는 용어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굳이 야채라는 표현을 기피하지 않아도 듯하다

1
정혜경
팔로워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물을 많이 먹고 채식에 기반한 한식을 최고의 건강식으로 생각한다. 자칭 한식전도사. 저서로는 <채소의 인문학>, <밥의 인문학>, <조선 왕실의 밥상> 등이 있다.

댓글 1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