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 가벼운 마음으로 켰던 티브이에서 마주한 무거운 영상이 내 마음을 내내 무겁게 했다. 환경 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였다. 한해 천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330억 벌의 옷이 버려진다고 한다. 누군가가 막연히 입을 거라고 생각하며 의류 수거함에 내놓은 옷들이 지구 어디선가 무덤을 이루고, 그 옷 무덤이 인간의 삶과 자연을 위협하고 있었다. 가볍게 사고 가볍게 버리는 옷 한 벌이 환경을 파괴하는 무거운 짐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언젠가부터 나는 옷 사는 일을 줄이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옷장과 우리 집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지구를 위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되도록 질 좋은 옷을 선택해 오래 입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택한 물건이 쓰임을 다할 때까지 잘 써주는 일, 적게 소유하고 오래 사용하고 덜 버리는 일. 이것이 지구를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환경 운동인 것이다.
낡은 티셔츠로 베개 커버 만들기
목이 늘어나 입지 않는 면 티셔츠는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옷은 촉감이 좋아 활용도가 높다. 면 티셔츠를 이용해 딱 맞는 베개 커버를 만들어보자.
안 입는 티셔츠를 베개 크기에 맞게 잘라 위쪽만 박음질을 한다.
아래쪽 단에 고무줄을 끼우면 간단하게 커버가 완성된다.
고무줄 끼운 부분을 목 쪽이 아닌 위쪽으로 가도록 커버를 씌운다. 특히 기능성 베개는 꼭 맞는 커버라야 그 기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어, 재활용 티셔츠가 좋은 소재가 된다.
헌 바지 활용하기
바지를 이용해 간단하게 주방 장갑을 만들 수 있다. 물기가 있는 냄비 바닥을 닦거나 냄비 받침으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구멍 난 양말 활용하기
양말 목은 새것처럼 짱짱한데 뒤꿈치에만 구멍이 났을 때에는 양말 목 부분을 잘라 활용할 수 있다. 기름병에 양말 목을 끼워주면 기름이 바닥까지 흐르는 것을 방지해 기름병을 보다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잘라낸 나머지 부분은 현관 바닥이나 창틀 등을 닦을 때 걸레로 사용한다.
에코백 업사이클링하기
에코백도 많아지면 더 이상 ‘에코’가 아니다. 비닐봉지나 종이가방 사용을 줄이고, 화학 처리한 가죽 가방이 아닌 친환경 가방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은 에코백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2018년 덴마크 환경식품부에서는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종 포장 가방이 재사용돼야 하는 횟수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비닐봉지 37회, 종이봉투 43회, 천으로 된 가방은 최소 7,100회 사용한 뒤 버려야 만들어지면서 발생한 오염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한다.
소재 또한 면화만으로 제작한 것 외에 합성 섬유를 섞거나 나일론으로 만든 경우도 많아, 분해 속도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마케팅 수단으로 제작한 증정용 에코백은 공짜로 얻은 만큼 쉽게 버려진다. 7,100번을 사용하지 않으면 에코백은 에코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큰 에코백은 어른용, 작은 에코백은 아이를 위한 앞치마로 업사이클링해보자. 해체한 에코백은 세상에 하나뿐인 앞치마가 된다. 어른용 앞치마의 경우 사이즈에 맞춰 옆선을 다른 에코백이나 자투리 천을 이용해 이어 붙여 만든다.

작은 크기의 에코백은 다용도 수납 주머니로 활용할 수 있다. 떼어낸 손잡이로 짧게 걸 수 있는 고리를 만든다. 완성된 수납 주머니를 현관문에 걸어 두고 여러 개의 장바구니를 수납해 두면 일상에서 잊지 않고 꺼내 쓸 수 있다. 새것은 좋지만 헌것은 애틋하다.
오전열한시
<오전의 살림 탐구>의 저자이자 살림 분야 파워 인플루언서.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서 ‘오전 열한시’ 라는 이름으로 생활 속 살림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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