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경험한 다섯 가지 액티비티하와이의 자연과 사람, 문화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지속 가능한 여행
피치바이피치23. 07. 15 · 읽음 337
ⓒ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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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타레이 심야 스노클링

카우나오아 베이(kaunaʻoa Bay)는 하와이 아일랜드(Hawaii Island)에서 보기 드문 백사장 해변을 품고 있다. 고운 모래밭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길게 이어지고, 리드미컬하게 밀려드는 파도는 더없이 잔잔하다. 물가에 머무르던 이들이 하나둘 자리를 뜰 무렵, 해변 한쪽에 작은 무리가 형성된다. ‘만타레이와 함께 달빛 수영(Manta Ray Moonlight Swim)’을 즐기려는 이들이다. 

섬 내에 만타레이 관련 액티비티 전문 업체는 50여 개에 이르는데, 하나같이 모터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투어를 진행한다. 배 주위로 조명을 밝혀 플랭크톤을 모으고 바닷물에 뛰어들어 이를 먹기 위해 접근해온 만타레이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만타레이 애드버킷츠(Manta Ray Advocates)에서 진행하는 이 투어는 조금 다르다. 요란한 모터 소리를 내며 만타레이를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해안가에서 만타레이 출몰 지점까지 직접 헤엄쳐 간 뒤 만타레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 만타레이의 서식 환경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투어 참가자의 연령과 인원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스노클링 유경험자에게만 추천한다. 유인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운이 아주 나쁘다면 만타레이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투어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면 그마저도 기꺼이 수긍하게 될 것이다. 물론, 코앞에서 360도 회전하는 만타레이를 볼 수 있는 확률이 80퍼센트에 가깝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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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폴롤루 밸리 하이킹

하와이 아일랜드의 평온한 서쪽 해안과 달리 거대한 수직 절벽이 거센 파도를 끊임없이 받아 쳐내고 있는 곳. 뒤로는 울창하게 우거진 계곡이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25~30만 년 전 섬 내 화산 중 가장 오래된 코할라(Kohala)에 거대한 산사태가 발생해 화산의 일부가 바다에 잠겼다. 폴롤루 밸리(Pololū Valley)는 그렇게 형성된 7개의 계곡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 

2021년 8월, 하와이관광청과 쿠푸(Kupu, 청소년 자연보존 단체)의 지원으로 폴롤루 트레일 스튜어드(The Polulu Trail Steward) 프로그램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 주 목적. 관광객이 몰리면서 무분별한 캠핑과 자연 훼손, 안전 수칙을 무시한 사고 등이 수시로 발생하자 현지 주민에게 ‘관리인’ 역할을 맡긴 것이다. 

폴롤루 밸리의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하기엔 전망대가 낫지만, 계곡 아래쪽 검은 모래 해변까지 둘러보려면 하이킹은 필수. 20여 분 남짓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 계곡의 바닥에 무사히 닿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150미터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안착한 검은 해변과 그 너머 야생 그대로인 계곡. 한때 이곳은 하와이 원주민의 거주지이자 칼로(Kalo, 토란) 농사가 번성한 지역이었다. 1940년대 마지막 주민이 떠난 뒤 수십 만 년의 세월을 새긴 화강암과 거목만이 해변을 지키고 있다. 파도가 높아 물놀이를 즐기기엔 무리지만, 다음 계곡으로 하이킹을 이어가거나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엄청난 파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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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하와이안 아그리콜 럼 테이스팅

즉석에서 갓 짜낸 사탕수수즙은 인공 감미료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은 덜하지만, 은은한 단맛에 오히려 갈증이 가신다. 이것이 바로 코하나 하와이안 아그리콜 럼(Kō Hana Hawaiian Agricole Rum)의 비밀. 덕분에 일반 럼과 차별화되는 하와이안 럼만의 독특한 향과 풍미가 만들어진다. 코하나 디스릴러스 코하나 디스릴러스(Kō Hana Distillers)가 위치한 쿠니아(Kunia)는 오아후의 오랜 농업 지역이다. 한때 파인애플 농장이던 땅에선 이제 하와이의 토착 사탕수수품종을 재배한다. 코하나의 럼은 하와이 토착품종인 사탕수수 재배부터 수확, 가공, 숙성까지 100퍼센트 지역 내에서 이루어져 ‘팜투보틀(Farm to Bottle)’을 실현하고 있는 셈. 단일 사탕수수 품종으로 만드는 유일한 럼이기도 하다. 

약 천 년 전부터 재배해온 하와이의 토착 사탕수수 품종은 35종에 이르는데, 품종에 따라 럼의 맛이 달라진다. 숙성 과정 또한 맛과 향을 좌우하는 요소. 직접 제작한 통에서 1차 숙성한 뒤 버번, 위스키, 피노누아 등을 보관한 오크통에 넣어 2차 숙성을 거치는데, 이때 또 한 번 럼의 풍미가 달라진다. 2015년 마을의 옛 우체국을 개조해 문을 연 테이스팅 룸은 코하나 디스틸러스의 럼을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다양한 럼을 차례로 맛보고 나면 빈손으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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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알로하 아이나 투어

쿠알로아 랜치(Kualoa Ranch)에 가까워지면 병풍처럼 우뚝 선 산자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와이어로 ‘긴 허리’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이유가 바로 이 봉우리 때문이다. 사립자연보호구역에 속한 약 1,620헥타르 부지는 절벽과 계곡, 숲과 초원을 두루 품은 채 섬 동쪽 해안의 카네오헤 베이(Kāne‘ohe Bay)와 맞닿아 있다. 다채로운 자연 지형을 아우르는 만큼 산과 계곡, 바다에서 즐기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대부분이 이곳에서 가능하다. 그중 이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별한 투어를 하나만 고른다면, 알로하 아이나 투어(Aloha ‘Āina Tour)를 꼽겠다. 

트롤리(Trolly)에 올라탄 채 약 1시간 30분 동안 하와이 전통 방식으로 재배하는 농작물과 대추야자, 구아바, 망고 등 수많은 열대과일이 자라는 농장을 둘러보고 하와이 전통 양어지를 방문하는데, 알로하 아이나, 다시 말해 하와이 원주민의 ‘땅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이 투어의 핵심이다. 중간중간 멈춰서 농장에서 수확한 칼로로 만든 포이(poi) 를 맛보고 직접 마카다미아를 까 먹는 재미도 있다. 이 투어가 보여주듯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역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은 쿠알로아 랜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각종 농작물을 재배하고 소와 돼지, 양을 기르며 굴과 새우를 생산한다. 나아가 300여 명의 현지인이 일하는 터전이기도 하다. 쿠알로아 랜치를 말할 때 오아후의 대표 관광 명소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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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비치 클린업 & 요가 

커다란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나지막이 흐르는 음악을 배경으로 몸을 움직인지 몇 분이 지났을까. 적당히 선선한 바닷바람,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햇살, 흙 내음이 섞인 짙은 풀향이 오감을 깨운다.

금요일 오후, 주말을 앞둔 매직 아일랜드(Magic Island) 는 점점 더 활기를 띤다. 일찌감치 바비큐를 준비 중인 가족, 조깅을 하거나 공놀이를 즐기는 이들, 산책 중인 강아지도 여럿 눈에 띤다. 앞바다에는 서퍼 한 무리가 둥둥 떠다니며 좋은 파도를 기다리고 있다. 트래블투체인지(Travel2Change)에서 제공하는 비치 클린업 요가 프로그램 중 하나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2011년 시작된 트래블투체인지는 지역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액티비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여행을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외래종을 제거하며 하와이의 숲을 보호하는 하이킹, 와이키키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워킹 투어, 하와이 전통 카누를 타고 해양 생태계에 대해 배우는 카누 체험 등 좀 더 의미 있는 여행 경험을 제안한다. 여행지에 좋은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하는 동시에 여행의 즐거움,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경험을 발견해가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비치 클린업 역시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정신을 단련하는 신체 활동에 앞서 마음을 먼저 정화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한다. 현지인과 지역 공동체, 여행지의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자가 여행을 통해 얻는 순수한 기쁨과 배움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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