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高雄市)은 대만 최남단에 있는 항구 도시입니다. 타이베이에 이어 대만 제2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죠. 여유 있는 일정으로 대만을 여행하는 이들은 보통 타이베이로 입국해서 가오슝에서 출국하는 코스로 짜곤 합니다. 우리나라에 고속 열차 KTX가 있다면, 대만에는 THSR이 있어서 타이베이에서 가오슝까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이런 일정으로 여행하는 것이 전혀 무리 없지요.
가오슝의 첫인상은 꽤 놀라웠습니다. 아무리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지만, 타이베이에 비할 정도는 아닐 거라 예상했거든요. 막상 도착해 보니 타이베이만큼 발전된 대도시였고 거리 또한 널찍하고 깨끗했습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오슝 중심부에 위치한 커다란 지하철역이 있었는데, 무척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오슝엔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부터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일정이 여유로운 편이라 아침식사 후에 카페를 가보기로 했죠. 가오슝에서 가장 먼저 방문할 카페는 타이베이 미라클 커피(Miracle Coffee)의 바리스타가 추천해 준 곳이었습니다. 메이선 카페(美森咖啡)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카페인데, 미라클 커피 바리스타의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으로 유명하더군요.
카페는 가오슝 중앙공원 근처에 위치한 폭이 좁은 3층 건물에 자리해 있었습니다. 가정집으로 보이는 건물들 사이에 있었지만 크게 튀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오후 7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하니, 늦은 시간 혹시나 소음이 발생해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올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좋은 기억이 있는 카페의 바리스타가 추천해 준 곳이라 기대를 가득 안고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확 퍼져오는 커피 향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만의 좋은 카페를 고르는 기준

여러분은 처음 가보는 카페의 첫인상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나요? 예쁜 인테리어, 바에 놓인 고가의 기계들, 청결도, 처음 마주하는 바리스타 또는 직원의 인상과 목소리 등이 있겠죠.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그 안에서 결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말한 시각이나 청각적 요소보다 후각에 의존하는 편입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풍기는 향으로 그곳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을 결정합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인상 좋은 바리스타가 웃음 가득 건네 오는 인사에 나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고개를 돌려 바에 있는 기계를 살핀다. '흠…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었군. 저 사람이 내려주는 커피는 맛있을 것 같아. 좋아, 여기서는 커피를 마시자.' 그러고 나서 메뉴판과 디저트, 인테리어를 하나 둘 살펴보기 시작한다. 와우, 메뉴판 바로 옆에 있는 디저트가 참 맛있어 보이네. 적당한 갈색의 적당한 윤기, 갓 나온 듯 겉이 촉촉해 보인다. 산뜻한 커피 향 아래로 코 끝을 간질이는 버터 향이 스며드는 것 같다. '좋았어, 저것도 시키자.' 주문을 마치고 매장 안쪽을 들여다보니 편안해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까지. 완벽하다.

가끔 어떤 카페에 가면 아주 오래된 듯한 어둡고 찐득한 커피 향이 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선 웬만하면 커피를 주문하고 싶지 않죠. 커피 향은 차치하더라도 코를 찌르는 향수나 디퓨저 냄새가 커피 향을 누를 정도로 강한 곳에서도 굳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맛있는 커피를 찾아 수많은 카페를 다녀본 경험에서 말한다면 입구에서부터 좋은 커피 향이 퍼지는 곳에선 실패를 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좋은 커피 향을 맡으며 매대로 가서 주문을 했습니다.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한 잔씩으로 구성된 세트 메뉴였어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아침 시간이라 디저트가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벽면과 테이블 등 하나하나 신경 쓴 흔적이 느껴져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테이블마다 예쁜 흰 꽃이 놓여 있었고요. 이런 섬세함이라면 커피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잠시 후 커피가 서빙되었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가져온 바리스타가 이곳에 어떻게 찾아왔냐고 묻습니다. 타이베이의 미라클 커피 바리스타가 추천해 줬다고 하니 안 그래도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반가워합니다. 분명히 이 커피도 좋아할 것이라며 자신 있게 건넵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싱글 오리진 내추럴 커피였는데, 깔끔한 단맛과 산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카푸치노는 고소한 우유와 맛있는 내추럴 커피의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말린 대추야자를 먹고 난 후의 달달함이 입안에 계속해서 감돌았어요.

별것 아니지만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습니다. 성공적인 탐험을 한 느낌이랄까요? 현지 바리스타들의 커뮤니티에서 회자되었다는 것이 기분 좋았고, 맛있는 커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햇빛을 보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커피잔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카페를 나오면서 가오슝에서 가볼 만한 추천 카페가 있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두 군데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오늘도 성공입니다.
메이선 카페 No. 223號, Renyi St, Qianjin District, Kaohsiung
만얼
커피따라 여행중인 작가 만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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