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화사한
임파첸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초화류 화단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디셀러 가운데 하나다. 속명(genus name)인 임파첸스(Impatiens)는 '참을성이 없다'는 뜻의 라틴어로, 열매가 잘 익으면 살짝만 건드려도 폭발하며 씨앗을 퍼뜨리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임파첸스 종류 가운데 하나인 봉선화(Impatiens balsamina) 열매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임파첸스는 북반구와 열대 지방에 걸쳐 천 종이 넘게 분포하는데, 초화류로 가장 인기 있는 종류는 아프리카봉선화(Impatiens walleriana)와 뉴기니아봉선화(Impatiens hawkeri)다. 아프리카봉선화는 케냐부터 모잠비크까지 아프리카 동부에 자생하는데, 종명인 왈레리아나(walleriana)는 영국 선교사 호레이스 월러(Horace Waller, 1833~1896)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아프리카봉선화는 연중 바쁘게 꽃을 피워내고 토끼처럼 왕성히 번식하기 때문에 '비지 리찌(Busy Lizzie)'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프리카봉선화에서 개발된 품종 가운데 '대즐러(Dazzler)'라는 이름의 시리즈가 있다. '눈에 띄는 사람' 혹은 '화사한 여인'을 뜻하는 이름인 만큼 여러 가지 화려한 색깔의 꽃을 자랑한다. 기본색인 핑크(Pink), 레드(Red), 화이트(White), 바이올렛(Violet), 오렌지(Orange)뿐 아니라, 보랏빛이 도는 블루 펄(Blue Pearl), 흰색 꽃잎에 중심부가 자주색인 브라이트 아이(Bright Eye), 밝은 오렌지색의 코럴(Coral), 진홍색의 크랜베리(Cranberry), 롤리팝처럼 보라색과 흰색이 교차되는 바이올렛 스타 블렌드(Violet Star Blend) 같은 색깔도 있다. 여러 색깔이 혼합된 씨앗 패키지도 있는데, 그 조합도 다양하다. 와인색과 진분홍색, 흰색이 섞인 메를로(Merlot),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흰색, 연분홍색, 코럴색이 혼합된 베이비 샤워(Baby Shower)가 있다.
임파첸스 키우기
임파첸스 '대즐러'는 수많은 꽃들이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피어난다. 꽃을 따 주거나 줄기를 다듬어 주지 않아도 저절로 둥근 수형으로 자라는 착한 꽃이다. 화단에 재배해도 좋고, 화분에 심어도 좋으며, 걸이 화분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씨앗을 뿌릴 때는 20-25도 사이 온도에서 모종 트레이에 좋은 품질의 상토를 채운 모종 트레이에 씨앗을 뿌린 다음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만 주고 흙을 덮지는 않는다. 임파첸스는 빛이 있어야 발아가 되기 때문이다. 씨앗을 지속적으로 습하게 유지해 주면 3~5일이면 발아하는데 4-5주 정도 재배한 후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준다. 토양은 pH 6.0 정도의 약산성으로 유기질이 풍부하며 배수가 잘 되는 용토를 사용한다.
임파첸스는 일반적으로 습기를 좋아하므로 토양 위에 바크 등으로 멀칭을 해주어 적절한 수분을 유지하되 토양이 너무 젖어 있으면 곰팡이병이 생기므로 유의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액체 비료를 주면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으며, 보통 반그늘을 좋아하므로 뜨거운 오후 햇빛으로부터 보호해 주도록 한다.
박원순
서울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후 미국 롱우드가든에서 국제정원사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델라웨어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를 전공했다. 제주 여미지식물원, 에버랜드 꽃축제 연출 기획자를 거쳐 현재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에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지은 책에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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